메데이아(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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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저서 읽기/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

메데이아(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기원전 485/80-406)

 
아테네 출생. 3대 비극시인 중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보다 뒤에 태어났으며 그의 생애는 두 선배 시인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당대에 그들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했는데 그것은 전통적 가치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더불어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불신, 전쟁의 비극 등을 다룬 진보적 작가였기 때문이다.
 
 에우리피데스는 소포클레스보다는 10년쯤 연하지만, 기원전 5세기 중엽 시작된 격동의 시기에 10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소포클레스는 소피스트 철학에 의해 유발된 정신적 혁명에 동요하지 않고 전통적 가치관을 견지했으나 에우리피데스는 독자적 사고를 견지하며 소피스트 철학과 부단한 씨름을 하였으며 주어진 소재 또는 전통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끊임없이 진리를 찾아 나서는 지적 탐구자였다.
 
실제로 에우리피데스의 많은 작품에서는 소피스트들을 비유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에우리피데스는 소피스트들이 궤변만 늘어놓는 철학자들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고대의 작가들 가운데 에우리피데스만큼 다층적이고 난해한 경우는 드물다. 파르테논 신전이나 소포클레스의 원숙한 비극들이 보여주는 완결성과 자신감은 그의 작품에서 해체되기 시작한 느낌을 준다. 어디서나 확실한 답변보다는 문제 제기가 더 큰 비중을 이룬다.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폭력성과 격정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내적 분열에 시달리는 다층적 인물들을 만들어냈는데, 현실에 가까운 이런 인물들 때문에 그의 드라마는 기원전 386년, 한 번 공연된 드라마의 재공연이 허용되었을 때 가장 자주 공연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를 "가장 비극적인 작가"라고 불렀으며, 괴테는 그에 관하여 "그 이후로 모든 민족들이 그에게 신발을 건네줄 자격이라도 있는 극작가를 가진 적이 있었던가!"
 


메데이아(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분노하는 메데이아(외젠 들라크루아 작)
 
작품소개
 
이 비극의 소재는 이아손과 메데이아 신화의 후반에서 취재한 것이다. 이아손이 메데이아 공주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흑해 동안에서 황금 양모피를 구해 왔음에도 펠리아스가 약속을 어기고 왕위를 내주지 않자, 메데이아가 속임수로 펠리아스를 죽인다. 그래서 이올코스에서 추방된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코린토스로 옮겨 와 여러 해 동안 행복하게 산다. 그러나 이민족 출신인 메데이아에 싫증이 난 야심가 이아손은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라며 코린토스 왕 크레온의 딸과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남편의 배은망덕에 절망한 메데이아는 분기충천하여 공개적으로 복수를 다짐한다. 크레온은 자신과 자기 딸에게 메데이아가 복수할까 봐 메데이아와 그녀의 두 자식에게 즉시 코린토스를 떠나라고 명령한다. 메데이아는 하루만 말미를 달라고 애걸복걸해 승낙을 받아낸 다음 독이 묻은 드레스와 머리띠를  결혼선물로 보내 이아손의 신부와 그녀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다. 그리고 메데이아는 제 자식들을 제 손으로 죽이는데, 이아손을 자식 잃은 아비로 만들고 싶었고, 자식들은 결혼 선물을 전달한 이상 어차피 살해당할 것이 확실하므로 그들의 복수욕을 충족시켜주느니 어미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일리 계획대로 진행되자 메데이아는 절마에 몸부림치는 이아손을 조롱하며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아테나이로 도망치는데, 그곳 아이게우스 왕에게 망명해도 받아주겠다는 내락을 미리 받아두었던 것이다. 
 
 
 
등장인물
 
유모
크레온 코린토스 왕
메데이아와 두 아들
가정교사  메데이아의 아들들의
이아손  메데이아의 남편
코로스  코린토스 여인들로 구성된
아이게우스  아테나이 왕
메데이아  콜키스 왕 아이에테스의 딸
사자
 
그 밖에 메데이아의 하녀들과 왕들의 시종들
 
 
이 비극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르고호 원정대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메데이아의 남편 이아손의 아버지 아이손은 이복동생이며 포세이돈 아들인 펠리아스에게 왕권을 뺏기고 유배까지 떠나게 됩니다. 아이손의 아들 이아손(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매우 비슷합니다.)도 같이 험난한 길을 걷게 됩니다. 이아손은 아킬레우스가 그랬듯이, 켄타우로스족의 케이론으로부터 의술과 많은 것을 익히게 됩니다. 
 
이아손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는 표범 가죽을 걸치고 양손에는 창을 들고 아이톨리아의 오랜 관습대로 왼발은 맨발인 상태로 광장 한복판에 나타납니다. 
 
이아손을 본 펠리아스는 신발을 한 쪽만 신은 자를 경계하라는 신탁에 따라 이아손에게 왕에게 음모를 꾸몄다하여 '황금양털'을 찾아오게 합니다.
 
아르고호 원정대에 참가했던 인물들은 배를 만든 아르고스를 포함해서 당대 유명했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우여곡절의 모험을 끝낸 원정대는 황금양털을 가지고 있는 아이에테스 왕의 도시 아이아(Aia)에 도착합니다.
 
아이에테스는 이아손을 없앨 목적으로, 황금양털을 가져가고 싶으면 콧구멍에서 불을 내뿜는 황소 두 말이에 멍에를 씌워 밭을 간 다음 그 밭에 용의 이빨들을 뿌리라는 미션을 줍니다. 황소를 제압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황소를 제압해서 황소의 이빨을 뿌리게 된다하더라도 그 이빨에서 전사들이 태어나 공격할 것이기 때문에, 그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아손을 아끼는 헤라가 아프로디테에게 부탁해서 왕의 둘째 딸이자 마법사인 메데이아가 이아손을 열렬히 사랑하게 만들어 달라고 하였고, 이아손은 자신에게 사랑에 빠진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왕이 시킨 일을 해냅니다.
 
왕은 이아손에게 황금양털을 스스로 찾아가라고 하였고, 이번에도 이아손은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황금양털을 지키는 용을 잠들게 하여 무사히 황금양털을 손에 넣습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도망나올 때 남동생 압쉬르토스를 납치합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메데이아의 아버지 아이에테스는 아르고호를 바짝 뒤쫓게 되었고, 메데이아는 시간을 벌기 위해 남동생을 죽여 사지를 바다에 던짐으로써 추격을 피하게 됩니다.
 
여기서 보더라도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메데이아의 성격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모험은 넉달만에 끝났고, 테살이아의 이올코스에 도착한 이아손은 펠리아스왕이 명령한 대로 황금양털을 넘겨주었고, 원정에 씌였던 아르고 호는 포세이돈에게 바치기 위해 코린토스로 보냅니다.
 
모험은 끝이 났지만,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위해 이아손의 아버지의 왕위를 빼앗고 이아손을 죽게 하기 위해 황금양털을 가져오게 한 펠리아스 왕에게 복수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마법사인 메데이아는 펠리아스의 두 딸들에게 접근해서 늙은 숫양을 솥에 넣고 마법의 풀들과 함께 끓여서 꺼냈더니 어린 양이 나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펠리아스의 딸들은 자신들의 늙은 아버지 펠리아스를 숫양과 똑같은 방법으로 솥에다 넣고 끓였지만 마법의 풀을 넣지 않아 펠리아스는 살아나오지 못합니다.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이 일로 이올코스에서 추방당해서 코린토스에서 10년간 숨어 살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이아손은 메데이아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었고, 비극이 시작됩니다.
 
이아손과 황금 양모피(퀠리누스 작)
 
 
 
장소 코린토스에 있는 메데이아의 집 앞.
 
 
극이 시작되자 유모가 나타나 메데이아가 이아손에게 버림받은 것에 대해 한탄하고 있습니다. 메데이아는 남편 이아손의 배신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걱정합니다. 그녀는 메데이아가 마음이 모질어 불의를 당하고는 못 참는 성미라서 자살을 하거나 국왕과 남편을 죽여 더 큰 불행에 빠져들지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그때 가정교사가 메데이아의 두 아이들을 데리고 등장합니다.
 
가장교사는 유모에게 메데이아가 아직도 비탄을 그치지 않았냐 물었고, 유모는 아직 반도 끝나지 않았다고 답합니다.
 
가정교사는 새로운 불행이 있다며 국왕 크레온이 메데이아와 두 아들들을 코린토스에서 내쫓으려고 한다는 말을 합니다.
 
유모와 가정교사는 이아손이 공주와의 사랑때문에 메데이아를 배신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합니다.
 
유모는 가정교사에게 두 아들들을 메데이아 가까이 데려가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메데이아  (집안에서) 아아, 가련한 내가 당한 형언할 수 없는 이 고통! 어찌 통곡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소박맞은 어미의 저주받은 자식들이여, 아비와 함께 사라져버려라! 온 집안이 무너져 내려라!
 
메데이아는 배신한 남편 이아손때문에 아버지를 배신하고 동생까지 죽인 자신을 원망합니다.
 
메데이아 (중략) 나는 끝장났고 삶의 의욕을 잃었으며,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친구들이여! 내 모든 인생이 자기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아는 내 남편이 가장 비열한 인간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에요.(중략)
남자는 집 안 생활에 실증나면 밖에 나가 울적한 마음을 풀곤 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한 사람만 쳐다보고 살아야 해요. 그들은 말하지요. 우리는 집에서 안전하게 살지만 자기들은 창을 들고 싸운다고 바보 같으니라고! 나는 아이를 한 번 낳느니 차라리 세 번 싸움터로 뛰어들겠어요.(중략)
 
현대에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대사인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군대문제로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치 메데이아가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메데이아가 코로스와 대화할 때 크레온이 시종들을 데리고 등장하여 메데이아에게 지체없이 두 아이와 함께 나라 밖으로 떠나라는 말을 합니다.
 
메데이아는 크레온에게 왜 자신을 쫓아내려고 하는냐고 물어보았고, 크레온은 메데이아가 자신의 딸에게 재앙을 안겨줄까봐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합니다.
 
메데이아는 자신은 남편에게 불만이 있을 뿐이지 크레온이나 그의 딸에게는 전혀 나쁜 감정이 없다며 계속 코린토스에 살게 해 줄 것을 부탁하지만 그는 거절합니다.
 
메데이아는 아이들을 위해 생계에 관해 생각해야 하니 하루만 더 있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크레온은 메데이아의 부탁을 들어주며, 다음 날 해가 뜨기 전에 떠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하루의 시간은 그녀에게 복수하기에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메데이아는 크레온과 그의 딸 그리고 이아손을 어떻게 죽일까 궁리합니다.
 
메데이아 (중략) 친구들이여! 혼인 집에 불을 질러버릴까요, 아니면 그녀의 침상이 있는 곳으로 소리 없이 들어가 날카로운 비수로 그녀의 간을 찔러버릴까요? (중략)
 
메데이아는 그들에게 침투하다가 잡힐 염려가 있으니 독약으로 그들을 죽이겠다며 계획을 합니다.
 
코로스 (좌 2)  그대는 사랑에 미쳐 아버지의 집을 떠나 쌍바위 사이를 지나 이국땅에서 살고 있거늘, 이제 결혼 침상을 잃고 남편 없는 몸이 되어, 가련한 여인이여, 추방자로 아무 권리도 없이 이 나라에서 쫓겨나는 구려!
 
이아손이 나타나 메데이아에게 그녀의 격렬한 분노때문에 쫓겨 나게 되었다면서, 통치자들에 대한 험담을 한 죄로 추방만 당한 것이 다행인 줄 알라고 말합니다. 그는 메데이아가 빈 손으로 떠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집에 왔다고 말합니다.
 
병주고 약주는 이아손입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이 아르고 호를 타고 모험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자신이 많은 도움을 주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배신하고 새 장가를 든다며 저주를 퍼붓습니다.
 
이아손은 자신이 고마워 해야할 대상은 메데이아가 아니라 메데이아를 사랑에 빠지게 한 아프로디테라고 말합니다. 또한 야만족의 나라에 사는 대신 헬라스(그리스) 땅에서 살게 된 것도 자신의 덕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공주와 결혼하려는 것은 두 아들을 풍요롭게 잘 키우기 위해서라고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메데이아  고통만 안겨줄 뿐인 행복한 생활과, 마음을 갉아먹는 부는 내게 필요 없어요. 
 
이아손은 메데이아를 위해 어떤 도움이든 주겠다며 말해보라고 합니다.
 
메데이아  나는 당신 친구들이 필요 없으며, 아무것도 받고 싶지 않아요. 내게 아무것도 줄 생각 말아요! 악당의 선물은 덕이 되지 않는 법이니까.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공주에게 가서 결혼하라고 하면서, 두고두고 후회하게 할 것이라고 저주합니다.
 
이아손이 가고 메데이아는 자식이 없어 델포이의 아폴론 신탁소를 다녀오는 아이게우스를 만나게 됩니다. 아이게우스는 메데이아의 처지를 듣고 동정하게 됩니다. 
 
메데이아는 아이게우스가 자식이 없어 걱정인 것을 알고 자신이 자식들을 낳게 해줄 수 있고, 그런 약들을 알고 있으니 자신이 망명하면 아이게우스가 받아줄 것을 부탁합니다.
 
다만 아이게우스는 메데이아가 망명하면 받아주겠으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데리고 가지는 않겠다고 합니다.
 
메데이아는 신에게 맹세를 요구했고, 아이게우스는 메데이아의 요구에 따라 신에게 맹세를 합니다.
 
이제 자신감을 얻은 메데이아는 자신이 계획한 복수를 코로스에게 털어놓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을 시켜 독을 바른 옷과 머리띠를 선물할 것이며,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죽여서 이아손의 집을 송두리째 허물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로스장  그대가 우리에게 그대의 계획을 알려준 이상, 나는 그대의 이익을 위해서도, 인륜을 옹호하기 위해서도 그대가 그런 짓을 못하도록 말리고 싶어요.
 
메디이아  다른 길은 없어요. 그대의 충고를 나는 이해해요. 하지만 그대는 내가 당한 것과 같은 불행을 당해보지 않았어요.
 
코로스 (좌 2)  (중략) 그대의 두 무릎을 잡고 우리 모두 빌고 있어요. 제발 아이들을 죽이지 마세요.
 
메데이아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이아손을 불러 상냥하게 이아손이 결혼하는 일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메데이아  (중략) 하지만 이제는 칭찬할래요. 당신이 우리를 위해 그런 인척을 구해주신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돼요. 내가 어리석었어요. 나는 마땅히 당신 계획에 동참해 수행을 거들고 침상 가에 다가서서 당신 신부에게 시중드는 것을 기쁘게 여겼어야 했어요.(중략)
 
메데이아가 아이들에게 아버지 이아손과 화해하게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이아손은 메데이아에게 왜 그렇게 눈물을 흘리냐고 의아해 합니다.
 
메데이아는 자신은 떠날 것이나 아이들은 떠나지 않고 살게 해달라고 부탁하였고, 이아손은 크레온 왕에게 부탁해보겠다고 합니다.
 
메데이아는 아이들을 시켜 새신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자신할 수 있는 선물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이아손은 왕가에 부족한 것이 없는데 왜 이런 선물들을 보내냐고 하였으나, 메데이아는 아이들이 공주에게 선물을 주면서 추방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하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로스 (좌1)  이제는 아이들이 살 가망이 없어졌구나. 아이들은 이미 죽음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 신부는 가련하게도 황금 머리띠의 파멸을 받겠지. 그녀는 제 손으로 금발에 죽음의 장신구를 두르겠지.
 
가정교사는 영문도 모른 채 아이들과 같이 공주에게 가서 선물을 전했고, 공주가 아이들의 안전을 약속했다고 메데이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지만, 메데이아가 슬픈 표정을 짓자 가정교사는 아이들의 주선으로 메데이아도 언젠가는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위로합니다.
 
메데이아는 공주를 죽게 한 선물을 전한 아이들도 살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자신이 직접 아이들을 죽이기로 합니다.
 
메데이아  (중략)  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는지 나는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 격분이 내 이성보다 더 강력하니, 격분이야말로 인간들에게 가장 큰 재앙을 안겨주는 법.
 
우리에게 경고와도 같은 대사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이성을 잃은 격분을 겪게 되는 순간과 한 번쯤 맞닥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냐 없냐가 우리의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격분이 이성을 이길 때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메데이아를 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일 것 같습니다. 
 
코로스  (중략) 자식을 한 번도 낳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자식을 낳아본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거예요. 자식 없는 사람은 자식이 사람들에게 기쁨이 될지 슬픔이 될지 알 바 아니니, 수많은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살아가지요.(중략)
 
우리속담에도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있죠. 그 시대에도 자식에 대한 걱정은 오늘날과 비슷하게 가장 큰 걱정거리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몇 천년이 흐른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사자가 나타나서 메데이아가 보낸 독때문에 공주와 크레온이 죽었다고 전하면서 빨리 달아나라고 합니다. 메데이아가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묻자, 사자는 메데이아가 보낸 옷과 황금 머리띠를 한 공주가 갑자기 사지가 비틀리면서 쓰러졌다고 합니다. 
 
옷은 공주의 살을 파먹어 들어갔고, 황금 머리띠에서는 불길이 흘러내리면서 결국 공주가 죽게 되었고, 공주의 시체에 입을 맞추던 크레온 왕마저 그 옷에 달라붙어 공주와 같이 죽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메데이아는 코로스에게 되도록 빨리 아이들을 죽이고 나서 코린토스에서 떠나겠다고 말합니다. 
 
코로스 (좌1)  (중략) 오오, 제우스에게서 태어난 빛이여, 그녀를 저지하고 이 집에서 내쫓아주소서! 그녀는 살의에 찬 악령들에게 쫓기는 가련한 복수의 여신이예요.
 
코로스 (우1)  (중략) 제 혈육에 대한 범행은 지상의 인간들에게 가혹한 벌을 가져다주는 법. 제 혈육을 살해한 자들에게 걸맞은 재앙이 신들에 의해 그들의 집에 떨어진다네.
 
메데이아의 집 안에서는 아이들의 비명이 들려옵니다. 
 
그 때 이아손이 허둥지둥 집으로 뛰어들어와 메데이아를 찾습니다. 그는 아이들의 생사를 걱정합니다.
 
코로스로부터 아이들의 죽음 소식을 들은 이아손은 메데이아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이아손 어서 빨리 빗장을 벗기도록 하라, 하인들아! 나무못을 빼라! 이중의 재앙을, 죽은 아이들과 그녀를 볼 수 있도록. 내 그녀에게 복수하련다.
 
그 때 메데이아가 아이들의 시신을 안고 자신이 할아버지 헬리오스가 준 용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지붕 위에 나타납니다.
 
화가 난 이아손은 메데이아에게 저주를 퍼붓습니다.
 
이아손  얘들아, 너희들은 사악한 어머니를 만났구나!
 
메데이아  얘들아, 아버지의 악덕이 너희들을 죽인 것이다!
 
이아손은 자신이 아이들의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했으나, 메데이아는 자신이 직접 헤라 여신의 성역으로 데려가 묻어줄 것이라고 하면서 이아손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메데이아  당신은 당연한 응보로, 아르고 호의 파편에 머리가 박살나 악인답게 죽음을 맞게 될 거예요. 하나 그전에 당신의 나와의 결혼의 쓰라린 종말을 보게 될 거에요.
 
 
(주석)일설에 따르면, 이아손은 코린토스의 이스트모스에 끌어올려놓은 아르고 호의 고물 밑에서 자다가 낡은 배 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그 파편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이아손  하지만 애들의 복수의 여신과 살인을 응징하시는 디케 여신께서 당신을 죽이시게 되기를!
 
이아손은 왜 애들을 죽였냐고 물어보았고,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죽였다고 답합니다. 
 
이아손은 아이들을 만져볼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메데이아는 거절합니다.
 
이아손  (중략)  아아, 내가 자식들을 낳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당신 손에 자식들이 죽는 것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조강지처를 버린 이아손은 결국 비극적인 삶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메데이아의 경우는 자식까지 죽이면서까지 복수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 작품이었습니다. 이아손을 위해서 고향도 버리고 남동생까지 죽여 가면서 사랑을 선택한 메데이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잔인한 복수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어쨋든 이 드라마는 후세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