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케스티스(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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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저서 읽기/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

알케스티스(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알케스티스(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작품소개
 
아내가 대신 죽어 남편의 목숨을 구한다는 이 열녀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알케스티스가 남편과 자녀들 곁을 떠나 세상을 하직하는 장면들이 감동적으로 연출되고, 후반부에서는 그녀의 죽음이 남편 아드메토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려져 있다. 이기주의자였던 그는 아내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두 부부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죽음의 신에게서 알케스티스를 억지로 빼앗아 아드메토스에게 돌려주는 헤라클레스는 장난기 넘치는 재치있고 의리 있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아드메토스와 알케스티스(요한 하인리히 티슈바인)

등장인물
 
아폴론 
죽음(타나토스)
코로스 페라이의 노인들로 구성된
하녀 알케스티스의 
알케스티스 아드메토스의 아내
아드메토스 페라이의 왕
에우멜로스 아드메토스와 알케스티스의 어린 아들
헤라클레스
페레스 아드메토스의 아버지
하인 아드메토스의 
 
그 밖에 아드메토스의 어린 딸과 하인들과 하녀들과 장례 행
 
장소 텟살리아 지방의 페라이 시에 있는 아드메토스의 궁전 앞.
 
극이 시작되면 아폴론이 나타나 자신은 아드메토스의 궁에서 제우스의 명령에 의해 머슴살이를 하게 되었으며 지금은 운명의 여신들을 속여 아드메토스가 다른 사람을 대신 지하의 신들에게 보내면 그가 죽음을 면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는데 아드메토스 대신 죽겠다는 사람은 그의 아내  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드메토스의 아내가 죽음의 고통속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폴론이 아드메토스의 궁에 있게 된 것에 대해 잠깐 부연설명을 하면 이렇습니다. 앞에 소개한 비극 힙폴뤼토스에서 사냥의 여신이자 처녀의 신 아르테미스를 질투한 아프로디테가 아르테미스만 찬양하는 힙폴뤼토스를 죽게 만들었는데, 이를 불쌍히 여긴 아르테미스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부탁하여 힙폴뤼토스를 살려내게 합니다. 제우스는 죽은 사람을 살려낸 것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다고 하여 벼락을 쳐서 아스클레피오스를 죽게 만듭니다.  아폴론은 자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가 벼락에 맞아 죽자 제우스에게 벼락을 만들어 준 퀴클롭스 형제들을 활로 쏘아 죽이게 됩니다.  그러나 아폴론은 그에 대한 벌로 텟살리아의 아드메토스 왕의 소 떼를 돌보는 일을 하게 됩니다. 아폴론은 아드메토스의 소들을 잘 돌보아서 아드메토스 왕은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폴론과 죽음(타나토스)은 아드메토스를 대신 해 죽음을 택한 알케스티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폴론은 알케스티스를 살릴 수 없느냐고 물었고, 죽음은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합니다.
 
아폴론은 헤라클레스가 아드메토스의 집에 손님으로 초대받았으며, 그가 오면 알케스티스를 죽음(타나토스)에게서 억지로 빼앗아 올 것이라고 했으나, 죽음(타나토스)은 아폴론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며 알케스티스는 하데스의 집(저승)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로스들은 아드메토스의 아내인 알케스티스의 소식을 물었고 하녀는 알케스티스는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있다고 전합니다.
 
하녀  (중략) 하지만 마님께서는 가냘프게 숨을 쉬면서도, 여전히 햇빛을 보기를 원하고 계세요. 마님께서는 오늘을 끝으로 햇빛과 둥근 해를 다시는 보지 못하실 테니까요.
 
반 코로스 2 아아, 누군가 오고 있나요? 내 미리 머리털을 자르고(애도의 의미) 검은 옷을 두를까요?
 
반 코로스 1  보시오, 보시오! 마님께서 남편과 함께 집에서 나오고 계시오.
 
코로스  (다 함께) 지난 일로 미루어 판단하고, 왕의 지금의 운명을 살피건대, 나는 결혼이 고통보다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오, 그분은 가장 훌륭한 아내를 잃은 뒤에도 이미 삶이 아닌 삶을 살아가게 될 테니까요.
 
아드메토스  가운을 차리시오, 가련한 아내여!  나를 버리지 마시오! 힘 있는 신들께 동정해달라고 빌어보시오!
 
알케스티스 (중략) 나는 당신 없이 고아가 된 아이들과 살고 싶지가 않았고, 그래서 아낌없이 내 청춘을 희생하는 거예요.(중략) 하지만 당신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신을 버렸어요. 그분들은 죽어도 좋을 연세가 되셨으니 아들을 구하고 명예롭게 죽는 것이 좋을 텐데도 말예요. (중략) 이 어미는 결코 너를 결혼시킬 수도 없거니와,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한 출산 때도, 내 딸아, 네 곁에서 네게 힘이 되어줄 수가 없으니 말이다.(중략)
 
아드메토스  (중략) 여보, 나는 일 년이 아니라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당신을 위해 슬퍼할 것이며, 나를 낳아준 여인을 미워하고 내 아버지를 원망할 것이오. 그분들은 행동이 아니라 말로만 사랑했기 때문이오. 한데 당신은 내 목숨을 위해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 나를 구해주었소.(중략) 내게 오르페우스의 혀와 선율이 있어 데메테르의 따님(페르세포네)과 그녀의 남편(하데스;저승의 신)을 노래로 호려 당신을 하데스에서 데려올 수만 있다면, 나는 저승으로 내려갈 텐테.(중략)
 
아드메토스는 다른 여인과 결혼하여 아이들에게 계모를 만들어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알케스티스에게 다짐합니다.
 
알케스티스는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한 채 인사를 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알케스티스의 어린 아들 에우멜로스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오열합니다.
 
아드메토스 (중략) 내가 통치하는 전 텟살리아인들에게 이르노니, 나와 함께 내 아내를 애도하기 위해 머리털을 자르고 검은 옷을 입도록 하시오.
 
얼마 후 헤라클레스가 에우뤼스테우스가 내린 12과업 중 트라케 사람 디오메데스의 사두마차를 가지고 오는 과업을 수행하러 가는 길에 텟살리아에 들려서 아드메토스의 집을 찾습니다. 트라키아의 식인 말을 잡아오는 과업은 여덟번 째 과업인데, 헤라클레스는 식인 말을 지키고 있는 파수꾼을 쓰러뜨리고 말을 데려가다 비스토네스족의 공격을 받게 되지만 그들을 물리치고 비스토네스 족의 왕인 디오메데스를 생포하여 식인 말들에게 먹였더니 식인 말들이 얌전해 졌다고 합니다. 
 
헤라클레스는 아드메토스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아드메토스의 집 안에 상이 난 것을 알게 됩니다. 헤라클레스는 상 중에 있는 사람에게 대접을 받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떠나려 하였지만 아드메토스는 떠나려는 헤라클레스를 기어이 붙잡고 자신의 집에서 대접받게 합니다. 아드메토스는 자신의 아내인 알케스티스가 죽었다는 말을 하면 헤라클레스가 미안해서 다른 곳으로 떠날까봐 그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아드메토스의 집 안에 상이 난 것은 알게 되었으나 알케스티스가 죽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아드메토스가 헤라클레스의 객실을 궁과 떨어져있는 곳에 두었기 때문에 헤라클레스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장례식이 시작되자 며느리를 추모하기 위해 아드메토스의 아버지 페레스가 무덤에 넣을 장식물들을 가지고 왔으나 아드메토스는 알케스티스가 페레스가 주는 장식물을 착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합니다.
 
아드메토스  (중략) 저는 결코 아버지의 친자라고 믿지 않을 거예요. 정말이지, 세상에 아버지만큼 비겁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토록 연로하시고 이미 인생의 종점에 도달하셨는데도 자식을 위해 죽을 의지도 용기도 없으셨으니 말예요. (중략) 노인들이 자신이 살아온 긴 세월과 노년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으며 죽기를 기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면 아무도 죽기를 원치 않고, 노년도 그들에게는 더 이상 짐이 되지 않으니까요.
 
페레스  (중략) 나는 너를 이 집의 주인으로 낳아 길렀으나, 너를 위해 죽을 의무는 없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죽는 것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관습도 아니고, 헬라스의 관습도 아니지 않느냐, 네가 불행하든 행복하든, 그것은 네가 타고난 운수소관이다.(중략) 너도 나를 위해 죽지 마라. 나도 너를 위해 죽지 않겠다. 너는 햇빛을 보고 좋아하면서, 이 아비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여기느냐?(중략) 명심해두어라. 네가 네 목숨을 사랑한다면, 남들도 모두 제 목숨을 사랑한다는 것을!(중략)
 
아버지에게 섭섭한 감정을 느낀 아드메토스는 아버지와 심한 감정대립의 말을 주고 받습니다.
 
혹시 아드메토스의 행동을 보고 그렇게 아쉬우면 다시 자신이 부인대신 죽으면 되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목숨을 바꾸는 계약은 물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자신대신 죽어 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부터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대목입니다. 아버지 페레스와 아들 아드메토스와의 첨예한 갈등을 보면서 우리의 동양적 사고로는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장례행렬이 지나가자 헤라클레스를 시중들던 하인이 안하무인격으로 음식과 술을 마시고 고함까지 질러대는 헤라클레스를 비난하며 그를 시중드느라 마님인 알케스티스의 장례식에 참석못함을 애통해합니다.
 
헤라클레스  (중략) 오늘의 인생만 자네 것으로 여기고 나머지는 운명의 것으로 여기도록 하게. (중략) 자, 지나친 슬픔일랑 떨쳐버리고, 화관을 쓰고 나와 한잔하며 지금 이 고통을 이겨보지 않으려나? (중략)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인간의 감정을 가져야지. 너나할 것 없이 진지하고 무뚝뚝한 자들에게는 인생은 진실로 인생이 아니라 재앙이라네. 내가 굳이 내 의견을 말해야 한다면 말일세.
 
하인  그대는 우리가 손님을 맞을 수 없을 때 이 집에 오셨어요. [우리는 상중이니까요. 그대도 보시다시피, 우리의 머리털은 잘리고 옷은 검정색이에요.
 
헤라클레스는 하인에게 죽은 사람이 아드메토스의 아내인 알케스티스라는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헤라클레스  오오, 가련한 자여! 그대는 아내를 잃었단 말인가!
 
헤라클레스  (중략) 나는 방금 죽은 여인을, 알케스티스를 구해 가지고 이 집으로 도로 데려와 아드메토스에게 호의를 베풀어야 하니까.(중략) 반드시 나는 알케스티스를 데리고 올라와 내 친구의 품에 안겨주고 말 테다. (중략) 텟살리아인들 가운데, 아니 헬라스(그리스)에 사는 자 가운데 누가 그보다 더 손님에게 친절할까? 그러니 점잫은 그가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말은 못하게 해야지.
 
무대에서 헤라클레스가 사라지자 장지에서 아드메토스가 돌아옵니다.
 
아드메토스  (중략) 아아, 슬프고 슬프도다! 어디로 가야 하고, 어디에 서야 하는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가? 아아, 어떻게 하면 내가 죽을 수 있을까?(중략)
 
코로스 운명이, 맞서 싸울 수 없는 운명이 그대에게 닥친 것이오.
 
아드메토스는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괴로워합니다.
 
그때 헤라클레스가 어떤 여인을 데리고 나타났고, 그는 길을 가다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경기에 참가해 우승한 상으로 받은 여인이라며 아드메토스에게 맡아달라고 말합니다.
 
아드메토스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며 헤라클레스에게 다른 사람에게 여인을 맡기라고 말합니다. 
 
헤라클레스  한 여인과의 재혼이 그대의 그리움을 끝내주게 될 것이오.
 
아드메토스 뭐라했소? 닥치시오! 그대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소.
 
아드메토스와 헤라클레스는 여인의 거취로 말씨름을 합니다.
 
헤라클레스는 아드메토스의 입장을 알면서도 막무가내로 여인을 맡기려고 합니다. 헤라클레스의 떼에 가까운 부탁에 아드메토스는 어쩔 수 없이 여인을 하인들에게 시켜 안으로 안내하라고 하였지만 헤라클레스는 여인을 하인들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헤라클레스는 여인을 아드메토스의 손에 넘겨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드메토스  나는 만지고 싶지 않소. 하지만 그녀는 집 안에 들어가도 좋소.
 
헤라클레스  나는 그대의 오른손만을 신뢰하오.
 
헤라클레스가 막무가내로 부탁하자 아드메토스는 얼굴을 돌린 채 자신의 오른쪽 손을 내밉니다. 아드메토스가 어쩔 수 없이 여인의 손을 잡자 헤라클레스가 말합니다.
 
헤라클레스  그렇다면 그녀를 맡아두시오. 그러면 그대는 언젠가는 제우스의 아들이 고귀한 손님이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오. 그녀를 보시오! 그녀가 그대의 아내를 닮았는지! (알케스티스의 베일을 벗기며) 슬픔은 쫓아버리고 부디 행복하시오!
 
아드메토스  오오, 신들이시여, 뭐라 해야 하나요? 천만뜻밖의 이 기적! 내가 과연 내 아내를 보고 있는 것이오? 아니면 어떤 신께서 내 얼을 빼어놓으시려고 기만적인 기쁨을 보내셨단 말이오?
 
헤라클레스  천만에! 그대는 그대의 아내를 보고 있는 것이오.
 
어리둥절 해 하는 아드메토스에게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죽음(타나토스)과 싸워 알케스티스를 데리고 왔다고 하면서, 그녀는 세 번째 햇빛이 다가와야 말을 할 수 있다고 전합니다.
 

알케스티스를 구하려고 죽음과 싸우는 헤라클레스(프레드릭 레이튼, 영국)

 
아드메토스는 너무나 기뻐서 헤라클레스가 더 머무르면서 대접받기를 원했으나 헤라클레스는 과업을 행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아드메토스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잔치를 명령하며 극이 끝나게 됩니다.
 
이 극에서는 헤라클레스의 짖꿎은 장난기가 극의 묘미를 더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극은 비극에 들어가 있지만, 해피엔딩이라는 점이 다른 비극과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