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마케(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본문 바로가기

위대한 저서 읽기/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

안드로마케(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안드로마케(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작품소개
 
이 드라마는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의 첩으로 텟살리아에서 살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안드로마케는 그에게 몰롯소스라는 아들을 낳아주지만, 메넬라오스의 딸 헤르미오네는 네옵톨레모스와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자식이 없자 모든 게 안드로마케의 농간이라고 의심한다. 그래서 헤르미오네는 남편이 델포이로 길을 떠나고 없는 사이 아버지 메넬라오스와 힘을 모아 몰롯소스를 죽이겠다고 위협함으로써, 테티스의 신전으로 피신한 안드로마케를 끌어내어 모자(母子)를 함께 죽이려 한다. 위기일발의 순간 안드로마케 모자는 네옵톨레모스의 할아버지 펠레우스 노인의 개입으로 목숨을 건진다. 델포이에서 네옵톨레모스가 살해되도록 음모를 꾸며놓았던 오레스테스가 느닷없이 나타나 궁지에 몰린 헤르미오네를 데려가는데, 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였다. 사자가 나타나 네옵톨레모스가 죽은 경위를 보고하고, 이어서 여신 테티스가 나타나 사태를 수습하고 정리한다. 
 
 
등장인물
 
안드로마케  헥토르의 미망인, 네옵톨레모스이 전쟁 포로
하녀  안드로마케의
코로스  프티아 여인들로 구성된
헤르미오네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의 딸, 네옵톨레모스의 아내
메넬라오스  스파르테 왕
몰롯소스  안드로마케와 네옵톨레모스의 어린 아들
펠레우스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유모  헤르미오네의
오레스테스  아가멤논과 클뤼타이메스트라의 아들
사자(使者)
테테스 여신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장소  텟살리아의 프티아에 있는 네옵톨레모스의 궁전. 안트로마케가 테티스 신전의 제단 앞에 탄원자로 앉아 있다.
 
 
안트로마케는 자신이 과거에는 트로이 왕자이며 용장인 헥토르의 아내로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남편 헥토르를 죽인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의 노예가 되었으니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인이라고 한탄합니다. 그녀는 트로이가 패전한 후 자신의 아들 아스튀아낙스가 높은 성탑에서 내던져지는 것을 보아야 했다며 괴로워합니다. 지금은 노예의 몸으로 네옵톨레모스의 아들을 낳아주었지만 헤르미오네와 결혼한 뒤로 헤르미오네의 박해에 시달리고 있고, 헤르미오네의 아버지 메넬라오스까지 스파르테로부터 와서 위협을 느껴 테티스의 신전에 피신해 있고, 아들 몰롯소스는 다른 집에 빼돌려 놓았다고 말합니다.  
네옵톨레모스는 트로이 전쟁 당시 자신의 아버지 아킬레우스가 죽자 트로이편을 들고 있었던 아폴론 신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대가를 지불하라고 따졌던 일을 참회하기 위해서 퓌토(델포이)에 갔다고 합니다.
 
그때 트로이에서 같이 노예로 따라온 하녀가 몰래 나타나 메넬라오스와 그의 딸 헤르미오네가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줍니다. 하녀는 그들이 안드로미케가 빼돌린 아들 몰롯소스를 죽이려 하고 있으며, 메넬라오스가 몰롯소스를 찾으러 나섰다고 전합니다. 
 
안드로마케는 아킬레우스의 아버지이자 네옵톨레모스의 할아버지인 펠레우스 노인에게 몇 번이나 도움을 요청하러 사람을 보냈으나 소식이 없다고 하녀에게 직접 가줄 것을 부탁합니다. 
 
조금 후에 헤르미오네가 나타나서 안드로마케가 쓴 약때문에 불임이 되어 몸이 망가져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테티스(아킬레우스의 어머니; 바다의 여신)도 안드로마케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합니다.
 
안드로마케  (중략) 노예 신분으로 인하여 말하는 것을 방해받고, 내가 이긴다 해도 그것이 내게 손해를 끼칠까 두렵군요. 잔뜩 부풀어 있는 자들은 지위 낮은 자들의 바른 말을 듣고는 기분이 상하는 법이니까요.(중략) 그대가 남편에게 미움 받는 것은 내 약물 때문이 아니라, 그대가 더불어 살기에 살갑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게 그대의 '약물'이에요. 남편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미색이 아니라 미덕이에요, 마님. 그대는 가난한 사람들 앞에서 부를 과시하며, 그대에게는 아킬레우스(시아버지)보다 메넬라오스(친정아버지)가 더 위대해요. 그래서 남편이 그대를 싫어하는 거예요. 여자란 못난 남자와 결혼하더라도 만족해야지. 우쭐해져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되는 법이지요.
 
안드로마케는 헤르미오네의 지나친 질투와 친정의 재력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에 대해 질타합니다. 
 
헤르미오네의 친정인 스파르테는 지금으로 치면 대기업정도 되는 도시국가이고, 스퀴로스는 중소기업 규모의 도시국가로 생각한다면 이해가 좀 쉬울 것 같습니다. 큰 도시의 공주가 작은 도시의 왕과 결혼해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헤르미오네와 안드로마케는 말씨름을 하다가 헤르미오네가 안드로마케에게 테티스의 성소에서 나오라고 했으나, 안드로마케는 거부합니다. 헤르미오네는 자진하여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코로스들은 여신들이 파리스 앞에서 미의 경연을 하지 않고 그로 인해 헬레네가 파리스와 함께 그리스에서 트로이로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트로이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안드로마케도 헥토르를 잃고 노예 신세로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안타까워합니다. 
 
그 때 헤르미오네의 아버지 메넬라오스가 안드로마케가 숨겨놓았던 아들 몰롯소스를 인질로 삼아서 안드로마케에게 테티스의 성소에서 나오라고 위협합니다.
 
안드로마케는 어린 딸(헤르미오네)의 이야기만 믿고 딸에게 동조하는 메넬라오스의 경솔함을 비난합니다.
 
메넬라오스는 지금은 트로이를 함락하는 일보다 딸을 돕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며, 성소에서 나오지 않으면 몰롯소스를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안드로마케 (중략) 내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아버지께 말씀드려라,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생명과 같은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말을 나무라겠지만, 그런 사람은 괴로움은 적어도 행복 속에서도 불행한 법이지.
 
몰롯소스를 살리려면 성소에서 나오라고 했던 메넬라오스는 막상 안드로마케가 성소에서 나오자, 몰롯소스의 생사는 헤르미오네에게 맡기겠다고 말합니다. 안드로마케는 몰롯소스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게 되자 메넬라오스에게 비난의 말을 쏟아냅니다.
 
안드로마케  (중략) 내가 지금 불운하다고 해서 그대는 우쭐대지 말아요. 그대도 불운해질 수 있으니까요.
 
안드로마케와 몰롯소스는 메넬라오스의 하인들에 이끌려 집 안으로 끌려들어 갑니다.
 
코로스 (우1) 국가의 경우에도 두 왕의 멍에가 한 왕의 멍에보다 견디기가 더 쉽지 않아요. 고통에 고통이 쌓이고 시민들이 반란을 일으키니까요. 가인들도 둘이면 무사여신들께서 즐겨 그들끼리 서로 경쟁하게 하시지요.
 
코로스 (우2)  그것을 라케다이몬 여인(헤르미오네)이, 메넬라오스 장군의 따님이 보여주었지요. 그녀는 불같이 시앗을 뒤쫓으며, 가련한 일리온(트로이) 여인과 그의 아들을 죽이려 해요. 어리석은 말다툼 끝에, 살인은 신도 없고, 법도 없는 가증스런 범죄예요. 아기씨, 그런 짓을 하시면 언젠가 후회하시게 될거예요.
 
안드로마케와 몰롯소스가 하인들에 의해 끌려나옵니다. 안드로마케와 몰롯소스는 죽음을 앞두고 비탄에 빠져 울부짖습니다.
 
이때 펠레우스(아킬레우스의 아버지; 네옵톨레모스의 할아버지; 여신 테티스의 남편)가  하인 한 명을 데리고 다가옵니다. 
 
펠레우스는 안드로마케에게 왜 몰롯소스와 함께 포승줄에 묶여있느냐고 물었고, 안드로마케는 헤르미오네로 인해 재판도 없이 죽게 되었다고 하면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메넬라오스와 말씨름을 하게 된 펠레우스는 메넬라오스의 부인 헬레네로 인해 트로이전쟁이 일어났고, 자신의 아들 아킬레우스도 전쟁에서 죽게 되었다고 비난합니다. 또한 메넬라오스의 형인 아가멤논의 딸(이피게네이아)을 제물로 바치게 하는 몹쓸 짓 했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은 손자 네옵톨레모스가 악녀(헬레네)의 딸인 헤르미오네와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었다고 하면서 헤르미오네를 데려가라고 말합니다.
 
에우리피데스가 쓴 비극을 살펴보면 시기에 따라서 헬레네를 묘사하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펠레폰네소스전쟁의 영향으로 스파르테에 대한 아테네의 여론이 어떻게 달라지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스파르테에 대해서 적대적일 때와 외교적으로 눈치를 봐야 할 때 헬레네를 묘사하는 관점이 상당히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안드로마케를 쓸 당시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한 후였고 스파르테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 시기였기 때문에 헬레네에 대해 정숙하지 못한 악녀로 까지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코로스장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빌미가 되어 큰 시비가 벌어지지요. 그래서 현자들은 친구들과 다투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거예요.
 
메넬라오스는  파리스가 아킬레우스를 죽였고, 파리스는 헥토르의 동생이고, 안드로마케는 헥토르의 부인이기 때문에 몰롯소스가 철천지원수가 될 아들이니 자신과 펠레우스를 위해서 죽여 없애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펠레우스에게 입장바꿔 생각해보라고 말합니다.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전쟁을 치르면서 그리스인들이 전쟁에 눈을 뜨고 용맹무쌍해지는 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항변합니다.
 
펠레우스는 많은 전사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명성은 통수권자가 갖고, 남들의 고생과 노고 덕에 우쭐해한다고 메넬라오스를 비난합니다. 펠레우스는 메넬라오스에게 딸 헤르미오네를 데리고 당장 떠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안드로마케의 손목을 묶고 있는 노끈의 매듭을 풀어줍니다.
 
메넬라오스는 펠레우스의 강경한 입장에 일단 물러납니다. 그는 스파르테에 우호적이지 않은 도시를 정벌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합니다.
 
헤르미오네는 아버지 메넬라오스가 떠나고 자신이 저지른 일로 남편 네옵톨레모스에게 쫓겨날까봐 자살하려고 하였고, 유모가 그녀를 제지합니다.
 
그때 어떤 낯선 남자가 찾아오는데 그는 헤르미오네와 사촌지간인 오레스테스입니다. 헤르미오네는 오레스테스와 약혼한 사이였으나 메넬라오스가 네옵톨레모스에게 헤르미오네를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헤어지게 된 것입니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죽였으나 친모를 살해한 죄로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네옵톨레모스는 그런 오레스테스를 조롱하였다고 합니다.  불리한 여건들로 인해 오레스테스는 헤르미오네와 결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레스테스는 그때의 원한으로 네옵톨레모스가 죽게 덫를 쳐두었다고 헤르미오네에게 말합니다.
 
코로스들은 전쟁으로 인한 불행들을 노래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에우리피데스는 펠레폰네소스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펠레우스가 돌아와서 헤르미오네가 사라졌다는 풍문이 사실이냐고 물어보았고, 코로스장은 헤르미오네가 도망쳤다고 전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펠레우스는 손자 네옵톨레모스가 오레스테스의 계략에 의해 죽을 까봐 염려되어 사람을 시켜 퓌토(델포이)의 제단에 빨리 가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때 사자가 나타나 네옵톨레모스가 아폴론의 신전에서 델포이와 뮈케나이 출신 이방인들에 의해 칼에 수없이 난자당했다는 비보를 전합니다.
 
네옵톨레모스는 아폴론에게 불경한 죄를 용서받기 위해 신전에 갔는데 오레스테스가 시내를 돌아다니며 네옵톨레모스가 신전을 털기 위해 왔다는 증오의 찬 말을 내뱉어서 사람들이 그를 증오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네옵톨레모스는 오레스테스의 여론몰이로 자신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목적으로 신전을 방문한 것으로 소문이 난 것입니다. 요즘도 가짜뉴스로 사람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오레스테스도 가짜정보를 퍼뜨려 사람들에게 네옵톨레모스에 대한 적대감을 심어놓은 것입니다.
 
결국 네옵톨레모스는 신전에서 여러 사람들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됩니다. 자신은 아폴론 신에게 과거의 과오를 속죄하기 위해 왔다고 항변했으나 이미 그에 대한 적대감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고 무장도 하지 않은 그를 죽이게 됩니다. 실체 없는 적대감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트로이전쟁에서 아들 아킬레우스가 죽은 데 이어 손자 네옵톨레모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펠레우스는 너무 상심하여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오열합니다.
 
그때 펠레우스의 아내이자 바다의 여신인 테티스가 기계장치를 타고 나타납니다.
 
그녀는 펠레우스에게 네옵톨레모스를 그가 살해된 퓌토(델포이)에 묻어서 델포이인들에게 치욕이 되도록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안드로마케는 몰롯소스와 함께 몰롯시아 땅에 가서 살게 될 것이며, 거기서 헬레노스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펠레우스에게는 인간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신으로 만들어 자신과 함께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테티스  (중략) 당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참고 견뎌야 해요. 그것이 제우스의 뜻이니까요. 죽은 자들을 위해 슬퍼하는 일은 그만두세요. 신들이 모든 인간들에게 내린 판결이예요. 죽음은 인간들이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라는 것은.
 
펠레우스는 슬픔을 멈추고 테티스가 말한대로 행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극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