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네(소포클레스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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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저서 읽기/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안티고네(소포클레스 비극)

안티고네(소포클레스 비극)


안티고네(소포클레스 비극)
 
작품소개(p92)
 
안티고네는 기원전 441년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가 골육상잔 끝에 일대일 결투에서 서로 죽이고 죽자, 새로 테바이 왕이 된 크레온은 다른 나라 군대를 이끌고 조국을 공격한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그의 명령을 어기고 오라비를 위해 장례를 치러주는 것은 천륜, 이른바 '신들의 불문율'이라고 주장하지만 크레온은 가차 없이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석굴에 가둔다. 크레온의 아들로 안티고네의 약혼자인 하이몬이 와서 아버지를 말려보지만 크레온의 생각은 확고하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와서 천륜을 어기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고 하자 불안한 마음으로 석굴로 간 크레온은 아들 하이몬이 목매달아 죽은 안티고네를 붙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하이몬은 크레온을 칼로 찌르려다 실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궁전으로 돌아온 크레온은 설상가상으로 아내 에우뤼디케가 절망하여 자살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된다.
 
부연설명을 하면 스스로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오이디푸스 왕이 테바이를 떠나자 아버지 오이디푸스 왕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가 1년씩 돌아가면서 통치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형인 에테오클레스가 왕권을 내놓지 않고 심지어 폴뤼네이케스를 추방하게 됩니다. 이에 적개심을 품은 폴뤼네이케스는 아르고스로 도망가서 아드라토스 왕의 딸과 결혼하게 됩니다. 아드라토스 왕의 지원을 받은 폴뤼네이케스는 자신의 모국인 테바이를 공격하여 왕권을 되찾으려고 합니다. 테바이에는 7개의 성문이 있었는데 아르고스의 7명의 장수들이 이 성문을 공격하게 됩니다. 좀처럼 전투의 결말이 나지 않자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의 일대일 승부로 판가름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일대일 승부에서 둘은 서로를 죽이고 맙니다. 결국 전투는 테바이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 전투에서 크레온의 아들 메노이케우스도 목숨을 잃게 됩니다.
 
등장인물
 
안티고네  오이디푸스의 딸
이스메네  오이디푸스의 딸
크레온   테바이의 왕
에우뤼디케  크레온의 아내
하이몬  크레온의 아들
테이레시아스 눈먼 예언자
파수꾼
사자
사자 2
코로스 테바이의 원로들로 구성된
 
 
 
장소  테바이의 궁전 앞
 
안티고네는 동생 이스메네를 몰래 궁전 앞으로 불러냅니다. 안티고네는 오라버니 폴뤼네이케스의 무덤을 만들어주거나 애도하는 자는 누구든 시민들이 돌로 쳐죽이게 했다는 말을 합니다. 안티고네는 여동생 이스메네에게 자신이 폴뤼네이케스의 무덤을 만들어주려고 하는데 같이 하겠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러나 이스메네는 가족들이 모두 비참하게 죽었는데  자신들까지 법을 무시하다가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합니다.
 
안티고네는 이스메네가 동조하지 않더라고 혼자라도 하겠다고 말합니다.
 
이스메네  내가 경멸하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니예요. 도시의 뜻을 거역할 힘이 없을 뿐예요.(78~79)
 
안티고네  너는 지금 핑계를 대고 있는 거야. 나는 가서 사랑하는 오라버니를 위해 무덤을 만들어드릴래.(80~81)
 
이스메네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티고네의 계획에 동참하는 것을 망설였고 안티고네는 이스메네의 도움없이 혼자 폴뤼네이케스의 무덤을 만들어주려 합니다.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을 거두어 주는 안티고네와 두려워 하는 이스메네
 
 
이스메네  언니 뜻이 정 그렇다면 가세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비록 언니가 길을 잘못 가고 있지만 친구들(폴뤼네이케스,이스메네)은 진심으로 언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98~100)
 
코로스가 부르는 노래 내용 중에 테바이 일곱 성문 중 한 곳을 공략하던 아르고스 장수 카파네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카파네우스란 장수는 제우스가 제지하더라도 테바이를 함락하겠노라고 큰 소리 치다가 제우스에게 벼락을 맞아 죽게 됩니다.

 

신화에서는 인간의 자만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오이디푸스 왕의 두 아들이 죽어 왕위에 오르게 된 크레온은 원로들을 소집하여 테바이를 위해 죽은 에테오클레스는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 줄 것이나 테바이를 공격한 폴뤼네이케스는 시신을 묻지 않은 채 새 떼와 개 떼의 밥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때 파수꾼이 나타나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에 흙이 덮혀있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파수꾼 중에 누구도 그런 짓을 한 사람은 없다고 말하지만 크레온은 자신에게 불만을 품은 자들이 돈으로 파수꾼을 매수해 그러한 짓을 저릴렀다고 생각합니다.
 
크레온  (중략)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것 중에 돈만큼 해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소. 돈은 도시도 약탈하고, 남자들은 그들의 집에서 몰아내지요. 돈은 정직한 마음씨를 변하게 하여 수치스런 짓들을 하도록 훈련시키지요. 돈은 또 악행을 저지르고, 온갖 불경한 짓을 다 알도록 사람들을 가르치지요.(중략)
 
크레온은 파수꾼을 의심하였고 범인을 잡아오지 않으면 파수꾼들에게 죄를 묻겠다고 하였고 파수꾼은 퇴장합니다.
폴뤼네이케스를 매장하려는 안티고네
 
얼마 후 파수꾼은 안티고네를 붙잡아 옵니다.  크레온이 파수꾼에게 어떻게 발각되고 붙잡혔느냐고 묻자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에서 흙을 다 걷어내고 파수꾼들이 순번을 정해 잠을 자지않고 시신을 지켜보고 있는 중 시신을 보고 통곡하던 안티고네가 흙을 덮어주고 제주를 붓는 것을 보고 현장에서 잡아왔다고 말합니다.
 
크레온이 안티고네에게 포고령을 어긴 것에 대해 채근하자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이 신들의 변함없는 불문율이라고 항변하면서 자신은 죽음도 두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안티고네 (중략) 하지만 때가 되기도 전에 죽는다면, 나는 그것을 이득이라고 생각해요. 나처럼 수많은 불행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어찌 죽음을 이득이라 생각지 않겠어요?(중략)
.
이 대사에서 안티고네의 고된 삶이 느껴집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게 마련인데요. 고난을 이겨내면서 사람은 성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티고네의 아픔만큼 고난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듭니다.!!
 
크레온  잘 알아두어라. 지나치게 완고한 마음이 가장 쉬이 꺽인다는 것을, 불에 지나치게 달군 가장 단단한 쇠가 가장 쉬이 부러지거나 부서지는 것을 너는 보지 못하였느냐!(중략)
 
크레온와 안티고네는 폴뤼네이케스 시신의 처리를 두고 설전을 벌입니다.
 
안티고네의 동생 이스메네도 끌려나오는데 이스메네는 자신은 동참하지 않았으면서도 언니 안티고네와 같이 했다고 말합니다. 안티고네는 이스메네는 같이 하지 않았다고 항변합니다.
안티고네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크레온( Giuseppe Diotti, 1845). via Wikimedia Commons
안티고네와 이스메네가 퇴장하고 크레온의 막내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인 하이몬이 나타납니다. 아버지 크레온은 하이몬이 약혼자 안티고네로 인해 심적으로 갈등할까봐 걱정합니다.
안티고네와 하이몬( by  Nicole Saldarriaga ,2016)
하이몬  (중략)  보통 시민들은 아버지의 눈초리에 주눅이 들어 아버지 면전에서는 귀에 거슬릴 말은 입 밖에 내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소녀를 위해 이렇게 애통해하는 소리를 어둠속에서 들을 수 있어요. "모든 여인들 중에서 가장 죄 없는 그녀가 가장 영광스런 행위 때문에 가장 비참하게 죽어야 하다니! 친오라버니가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 쓰러졌을 때, 날고기를 먹는 개 떼나 어떤 새가 먹어치우도록 묻히지 않은 채 내버려두지 않았으니, 그녀야말로 황금 같은 명예를 받아 마땅하지 않아?" 이런 소문이 어둠속을 은밀히 떠똘고 있어요.
 
(중략)
 
하오니 앞으로는 아버지 말씀만 옳고 다른 것은 다 틀렸다는 한 가지 생각만 마음속에 품지 마세요. 누군가 자기만 현명하고, 언변과 조언에서 자기만 한 사람이 없다고 여긴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막상 검증해보면 속이 비어 있음이 드러나지요.
 
크레온  이 나라를 내가 아닌 남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고?
 
하이몬  한 사람만의 국가는 국가가 아니지요.
 
크레온이 하이몬에게 안티고네와 결혼을 못 한다고 하자 하이몬은 강경한 자세를 취합니다.
 
하이몬 그러면 그녀는 죽게 되고, 죽으면서 누군가를 데려가겠지요.
 
아버지 크레온과 말다툼을 하던 하이몬이 뛰쳐나가자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석굴에 가두어 서서히 굶겨죽이겠다고 합니다.
 
안티고네는 석굴로 끌려가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합니다.
 
안티고네가 석굴에 끌려가고 나자 눈 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크레온에게 나타납니다.
 
크레온은 테이레시아스가 온 이유를 물었고 테이레시아스는 새 떼와 개 떼가 불행하게 전사한 오이디푸스의  아들들의 시신에서 뜯어낸 먹이로 더럽혀졌기 때문에 도시가 병을 앓고 있다고 말합니다.
 
테이레시아스  내 아들이여!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고칠 줄 알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 자는 더 이상 행복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오. 
 
하지만 크레온은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하라는 테이레시아스의 조언을 묵살하고 그를 의심합니다.
 
크레온  그래요. 예언자들은 다들 돈을 너무 밝히니까요.
 
테이레시아스  그리고 참주(僭主)들은 야비한 이익을 밝히지요.
 
테이레시아스   그렇다면 잘 알아두시오. 지금으로부터 태양의 날랜 수레가 채 몇 바퀴 돌기도 전에 그대는 살인한 죗값으로 그대의 혈욱 중 한 사람을 시신으로 바치게 될 것이오.(중략)
 
크레온은 테이레시아스가 무서운 예언을 하고 돌아가버리자 불안이 엄습해옴을 느낍니다.
 
크레온은 코로스장에게 조언을 부탁하였고 코로스장은 되도록 빨리 석실에 있는 안티고네를 풀어주고 폴뤼네이케스에게 무덤을 만들어 주라고 조언합니다.
 
크레온은 코로스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폴뤼네이케스의 무덤을 만들어주고 안티고네를 풀어주러 석굴로 향합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살아있는 안티고네를 먼저 풀어주지 왜 폴뤼네이케스의 무덤을 먼저 만들어주었나 하는 것입니다. 크레온의 마음 속에 아직 안티고네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지 않아서일까요?
 
이후 사자가 나타나서 크레온의 아내 에우뤼디케에게 크레온의 막내 아들 하이몬의 죽음을 알립니다.  사자는 석굴로 들어간 하이몬은 자신의 옷에서 리넨 천을 찢어 목을 맨 안티고네를 발견하여 울부짖었고 크레온이 나타나자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칼로 찌르려하였으나 실패하게 되자 분을 못 이긴 하이몬이 칼로 자살했다고 전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에우뤼디케는 조용히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크레온 아아! 정의가 무엇인지 나는 불행을 통해 배웠소. 하지만 그 순간 어떤 신께서 엄청난 무게로 내 머리를 내리치시며 나를 그릇된 길로 내동댕이쳤소. 내 행복을 넘어뜨리고 발로 짓밟으시며, 아아, 인간들의 힘들고 괴로운 노고여!
 
크레온이 아들 하이몬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중 왕비 에우뤼디케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됩니다. 사자는 왕비 에우뤼디케는 죽은 아들들의 죽음에 크레온을 원망하며 가슴을 칼로 찔러 자결했다고 전합니다.
 
크레온  아아, 슬프고 슬프도다! 이 죄는 내 곁을 떠나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전가되지 않을 것이다. 다름 아닌 내가 당신을 죽였으니까, 아아, 괴롭구나! 내가 저지른 짓이야. 정말이야. 하인들아, 어서 빨리 나를 데려가거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다오,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나를.
 
코로스  지혜야말로 으뜸가는 행복이라네. 그리고 신들에 대한 경의는 모독되어서는 안 되는 법. 오만한 자들의 큰소리는 그 벌로 큰 타격을 받게 되어, 늘그막에 지혜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네.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원칙에 매몰되어 있었던 크레온은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고 맙니다.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포정치로 국민들의 입을 막는 것은 가장 무능한 지도자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크레온도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고 자신만이 옳고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비극을 자초하게 됩니다.
 
교류분석 상담이론에서는 자기긍정-타인긍정, 자기긍정-타인부정, 자기부정-타인긍정, 자기부정-타인부정의 4가지 생활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크레온은 자기긍정-타인부정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나만 옳고 바르다는 생각은 아집과 독선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천병희 선생님의 해설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헤겔이 이 드라마에서 국가의 요구와 가정의 요구라는 두 가지 정당한 요구의 객관적인 갈등을 보려고 한 이후 이와 유사한 해석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후반부에 크레온이 자기 과실에 대한 가혹한 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견지하기 어렵다. 그녀의 말처럼 안티고네가 국가도 못 말리는 신의 불문율을 위해 투쟁한 것은 사실이지만, 크레온의 행동은 국가적 요구를 대변한다기보다는 그 자신에게도 국가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오만과 횡포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티고네는 고전적 '저항극'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