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p 26)
작품소개
기원전 436~433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오이디푸스 왕 이 작품이 포함된 비극 3부작은 그 해 비극경연대회에서 2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소포클래스 최대 걸작으로 평가되며, 아리스토텔레스도 시학에서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짜임새 있는 드라마”라고 극찬하고 있다. 이 비극이 다루고 있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오이디푸스가 테바이의 왕이 되고,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나라에 역병이 창궐하자, 오이디푸스는 신탁이 말한 정화를 위해 선왕 라이오스의 살해범을 반드시 잡겠다는 열의를 보인다. 하지만 오이디푸스가 바로 그 이오카스테와 전에 삼거리에서 살해한 라이오스의 아들임이 밝혀져,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제 손으로 제 눈을 멀게 한다. 이 비극은 인간의 인식 능력, 즉 오이디푸스가 ‘어떻게’ 스스로 저지른 행위들의 과정과 의미를 깨닫게 되며, 나아가 ‘어떻게’ 이러한 절망적 상황에 대응하느냐를 다룬다.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문제를 맞춘 오이디푸스를 노려보고 있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앵그르작)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
등장인물
오이디푸스 테바이의 왕
사제 제우스의
테이레시아스 눈먼 예언자
이오카스테 테바이의 왕비
사자(使者) 1 코린토스에서 온
사자 2 궁전에서 온
목자 선왕 라이오스의
코로스 테바이 원로들로 구성된
그 밖에 탄원하는 노인들, 젊은이들, 아이들,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의 딸들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장소 테바이의 궁전. 무대 우측 제단 가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탄원자들과 함께 제우스의 사제가 서 있다. 궁전의 가운데 문이 열리며 오이디푸스 등장한다.
오이디푸스는 워낙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비극입니다. 대사를 다 실을 수가 없어서 인상 깊은 대사들만 추려서 실으려 고 합니다.
오이디푸스는 나라에 역병이 돌자 정화를 위해 선왕 라이오스의 살해범을 찾기 위해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궁전으로 불러왔으나 테이레시아스는 차마 자신의 입으로 그 살해범이 오이디푸스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괴로워하고 있고 오이디푸스는 그런 사정도 모른 채 눈먼 예언자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테이레시아스 아아, 슬프도다! 지혜로운 자에게 지혜가 아무 쓸모 없는 곳에서 지혜롭다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그렇지 않았다면 예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316~318행)
말을 하지 않으려는 예언자와 살해범을 알아내려는 오이디푸스와의 말싸움이 벌어지고 결국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화가 나서 사실을 말해버립니다.
테이레시아스 그대가 바로 그대가 찾고 있는 범인이란 말이오.(362행)
테이레시아스 그대는 부지중에 가장 가까운 핏줄과 가장 수치스럽게 동거하면서도, 어떤 불행에 빠졌는지 보지 못한단 말이오.(366~367행)
오이디푸스 그런 말을 하고도 언제까지나 무사하리라고 믿는 게요?(368행)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왕권을 노리는 이오카스테의 남동생 크레온을 의심하며 테이레시아스를 채근합니다.
테이레시아스 그대가 위협적인 말로 라이오스의 피살 사건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하며 아까부터 찾고 있던 그 사람은 바로 여기 있소이다.(449~451)
테이레시아스가 떠나고 크레온이 나타나자 오이디푸스는 그를 의심하며 자신의 왕위를 빼앗기 위해 테이레시아스와 음모를 꾸미고 자신을 모함한다고 주장하며 크레온과 말싸움을 하며 그를 위협합니다. 그러나 왕비 이오카스테가 나타나 싸움을 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오카스테와 오이디푸스는 선왕 라이오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오이디푸스는 선왕이 죽은 삼거리의 위치에 대해서 묻게 됩니다.
이오카스테 그 나라는 포키스라고 불리며, 델포이에서 오는 길과 다울리아에서 오는 길이 서로 만나는 곳이지요.(733~734행)
이 말을 들은 오이디푸스는 불길한 감정을 느끼며 라이오스의 인상착의와 그 때 당시 수행인원에 대해서도 물어봅니다. 그리고 그때 당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전령이 양떼들의 목자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에게 불안해 하는 이유를 물었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아버지는 코린토스 왕 폴뤼보스이고 어머니는 도리에이스족인 메로페였는데 어느 날 연회에서 곤드레 만드레 취한 누군가가 자신이 폴뤼보스의 아들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의 부모님은 노발대발하면서 그 말을 부정했기 때문에 오이디푸스는 안심했으나 그 소문이 삽시간에 코린토스에 퍼졌다고 합니다.
마음이 괴로웠던 오이디푸스는 퓌토로 갔고 그곳에서 아폴론에게 신탁을 들었는데 자신이 어머니와 살을 섞을 운명이고,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죽일 운명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델포이에서 신탁을 받는 오이디푸스
괴로웠던 그는 그 신탁이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 줄곧 떠돌아다녔고 방황하던 그가 델포이 선왕 라이오스가 살해되었다고 하는 바로 그곳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 길이 만나는 곳에서 어떤 노인과 일행이 탄 마차를 만났고 실랑이가 벌어져 그들 모두를 죽였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인 사람이 선왕 라이오스라면 자신보다 더 비참하고 신에게 미움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괴로워합니다.
그러면서 사실확인을 위해 그 때 당시 유일하게 살아남은 목자를 불러오게 합니다. 오이디푸스는 목자가 선왕 라이오스는 여러 명의 도둑에게 살해되었다고 했으니 그 말이 맞다면 혼자였던 자신은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집니다.
이오카스테가 궁전 앞에 차려진 재단에서 오이디푸스를 위해 아폴론 신에게 기도하고 있을 때 코린토스로부터 사자가 와서 코린토스 왕 폴뤼보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립니다. 이 말을 들은 이오카스테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일까봐 두려워하는 오이디푸스에게 빨리 이 소식을 알리라고 하녀를 보냅니다.
이오카스테 앞에 나타난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아버지가 자연사 한 것에 대해 안심해하며 하면서도 뭔가 모를 불안에 휩싸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지 않은 것에는 안심했지만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것에는 벗어나지 못했다고 두려워합니다.
콜린토스에서 온 사자는 오이디푸스는 그들의 친아들이 아니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직접 오이디푸스를 키타이론 골짜기에서 주워서 콜린토스 왕에게 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주운 그 아기는 선왕 라이오스의 가신으로부터 받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의 퍼즐을 맞추어가려는 오이디푸스와 점점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이오카스테는 괴로워하며 이제 더 이상 따지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이오카스테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는 멈추지 않았고 이오카스테는 격렬한 슬픔에 사로잡혀 궁전으로 퇴장합니다.
이오카스테는 이때 이미 현재 남편인 오이디푸스가 선왕 라이오스와 자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 것 같습니다. 만약 이때 이오카스테의 부탁을 들어 오이디푸스가 그만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간의 호기심이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지 불행하게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유달리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그런 사람들과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 때 선왕 라이오스의 목자가 등장하고 사자는 그 목자에게서 오이디푸스를 건네받았다고 하였으나 그 목자는 사자에게 화를 내며 그 사실을 부인하였고 화가 난 오이디푸스는 목자를 취조하게 됩니다.
목자도 오이디푸스가 선왕 라이오스의 아들임을 알고 있었으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정을 한 것이었습니다.
오이디푸스의 강압에 목자는 괴로워하며 제발 묻지 말아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목자는 그 아이가 라이오스 집안의 아이였고 이오카스테로부터 그 아이를 건네받았음을 밝힙니다.
목자는 그 아이가 부모를 죽일 것이라는 신탁때문에 죽여 없애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실토합니다.
버려지는 오이디푸스와 괴로워하는 양치기
오이디푸스는 이제 퍼즐이 맞춰졌고 괴로움으로 몸부림칩니다.
코로스(좌1) 내 그대의 운명을 거울 삼아 인간들 중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않으리라!(1193~1195행)
그때 사자가 나타나 이오카스테 왕비가 목을 매달고세상을 떠났음을 알립니다.
또한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옷에 꽂혀 있던 황금 브로치를 뽑아 들어서 두 눈을 찔렀다고 전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크레온에게 오이디푸스는 저주받은 자신을 나라 밖으로 쫓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아들 둘은 알아서 삶을 꾸려갈 것이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그의 두 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의 미래를 걱정하며 크레온에게 두 딸을 부탁합니다.
코로스 내 조국 테바이 주민들이여, 보시오. 저분이 유명한 수수께끼를 풀고는 더없이 권세가 컸던 오이디푸스요. 어느 시민이 그의 행운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지 않았던가! 보시오, 그런 그가 얼마나 무서운 불운의 풍파에 휩쓸렸느지! 그러니 항상 생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기를 지켜보며 기다리되, 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마시오. 그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어 삶의 종말에 이르기 전에는.(1524~1530행)
우리나라에서 2003년 개봉되었던 영화 '올드보이'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최민식이 맡은 배역의 이름 '오대수'도 '오이디푸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하죠.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아들'의 비극이고 올드보이는 아버지와 딸의 비극으로 대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산다해서 '오대수'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극도의 괴로움에 도달하게 됩니다. 가족에 얽힌 비극만큼 인간을 밑바닥까지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직접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마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를 먼저 읽은 후 영화를 보게 되면 그 깊이가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잔인성때문에 비위가 약하신 분들에게는 비추입니다. 비극을 읽으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위대한 저서 읽기 > 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라키스 여인들(소포클레스, 천병희 옮김) (0) | 2020.09.17 |
---|---|
아이아스(소포클레스, 천병희 옮김) (0) | 2020.09.13 |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천병희 역) (0) | 2020.09.09 |
안티고네(소포클레스 비극) (0) | 2020.09.07 |
소포클레스 생애, 그리스 비극의 구성 (0) | 2020.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