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천병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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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저서 읽기/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천병희 역)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소포클레스 비극전집, 천병희 역)


작품 소개(p 152)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소포클레스가 죽기 직전에 쓴 비극으로 사후인 기원전 401년에 그와 이름이 같은 손자에 의해 공연되었다. 테바이에서 추방된 눈먼 오이디푸스는 아폴론에게서 아테나이 근교 콜로노스에 있는 복수의 여신들, 일명 '자비로운 여신들'의 성역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평화를 얻고 고통스런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라는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왕에서처럼 드라마의 첫머리에 신탁이 나오지만, 이번에는 파멸이 아닌 구원으로 신탁이 제시된다. 그러나 이런 구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콜로노스의 주민들과 그들의 왕인 테세우스에게 망명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다음에는 자신들의 안녕이 그가 살아 있을 때에도 죽은 뒤에도 오이디푸스에게 달려 있다는 신탁에 따라 오이디푸스 일행을 잡아가려는 테바이측 위협에도 대처해야 한다. 오이디푸스 왕에서 신들은 인간들이 예견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오이디푸스가 제 손으로 제 눈을 멀게 하지만,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는 신과 인간의 대립이 지양되어, 신은 수많은 시련을 겪게 한 뒤 인간을 긍휼히 여기고 죽음을 일종의 은총으로서 내려준다.

등장인물(p 53)

오이디푸스
안티코네  오이디푸스의 딸
이스메네  오이디푸스의 딸
콜로노스의 주민
테세우스 아테나이의 왕
크레온 테바이의 왕
폴뤼네이케스  오이디푸스의 장남
사자
코로스  콜로노스의 원로들로 구성된

장소 콜로노스에 있는 자비로운 여신들의 성역 앞.

코린토스 유적(펠레포네소스 반도의 입구에 위치한 코린토스는 종종 신화의 무대로 등장한다. -그리스로마신화,김성대편저)


눈 먼 오이디푸스는 테바이에서 추방되어 그의 딸 안티고네의 부축으로 어떤 곳에 도착했는데 지나가는 콜로노스주민에 의해 그곳이 콜로노스에 있는 '복수의 여신들' 일명 '자비로운 여신들'의 성역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드디어 오이디푸스는 신탁에서 말한 성역에 도착하게 된 것입니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요한 페테르 크라프트 작)

오이디푸스는 콜로노스 주민에게 누가 통치하냐고 물었고 콜로노스 주민은 자신들의 왕은 테세우스라고 말합니다.

콜로노스 주민은 퇴장하고 콜로노스의 원로들로 구성된 코로스가 등장합니다.

원로들은 오이디푸스에게 제주(祭酒)를 부어드리는 신성한 숲에서 나오라고 하였고, 오이디푸스 숲에서 나와 안티고네의 도움으로 평평한 바위에 앉게 됩니다.

원로들은 오이디푸스에게 어디 출신인지를 물었고 오이디푸스는 아무것도 묻지말아달라고 말하면서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원로들의 채근에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오이디푸스임을 밝혔고, 원로들은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에게 콜로노스를 떠나라고 말합니다.

안티고네는 원로들에게 자신에게라도 동정을 베풀어달라고 애원하지만, 원로들은 신들의 심판이 두려워서 그들에게 서둘러 떠나라고 재촉합니다.

오이디푸스는  원로들에게 나중에 통치자가 나타나면 자초지종을 알게 될 것이니 그동안 자신에게 나쁜 사람이 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였고, 원로들은 그의 뜻을 받아들입니다.

원로들은 왕에게 사자를 보냈으니 오이디푸스의 소문을 듣고 직접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때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앞에 이스메네가 다가옵니다. 이스메네는 아버지가 걱정되어서 왔다고 했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비참하게 내쫓길 때 무심하게 방관한 아들들을 원망합니다.

이스메네는 차남 에테오클레스가 장남 폴뤼네이케스의 왕위를 빼앗고 테바이에서 추방했다고 전합니다.(다른 문헌에서는 에테오클레스가 장남으로 나오기도 함.) 또한 거기에 앙심을 품은 폴뤼네이케스가 아르고스로 망명해 아르고스 왕의 사위가 되어서 조국인 테바이를 공격하러 왔다고 말하면서 괴로워합니다.

이스메네는 테바이인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다시 오이디푸스를 찾게 될 것이라는 신탁을 전합니다.

이스메네는 오이디푸스를 테바이 근처에 모시되 국경 안에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무덤을 돌봐야 된다고하였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재앙이 된다고 아폴론의 신탁에서 말했기 때문에 크레온이 오이디푸스를 찾아 올 것이라고 전합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신탁을 들은 아들들이 자신을 그리워하기보다 왕권을 더 원하느냐고 의문을 가진 채 자신이 테바이에서 쫓겨날 때 방관하던 아들들을 증오합니다. 

오이디푸스는 아들들에 대한 증오때문에 테바이에는 적이 되고 콜로노스에는 구원자가 되겠다고 말합니다.

코로스장은 오이디푸스에게 샘에서 신성한 물을 길어오고, 물동이의 양쪽 손잡이를 양털로 장식한 다음 얼굴을 동쪽으로 하고 제주를 부어드리라고 조언합니다. 

그런 다음 아홉 개의 올리브나무 잔가지를 세 번 두 손으로 그 위에 올려놓으며 '자비로운 여신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으로 받아주시라고 기도하라고 조언합니다.

오이디푸스가 코로스장과 자신의 아픈 과거에 대해서 괴로워하며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아테나이 왕 테세우스가 나타납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죽은 후 먼 훗날 테바이와 아테나이가 전쟁을 하게 될 것이고 그 때 자신의 무덤이 아테나이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테세우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듣고 오이디푸스를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오이디푸스는 테바이에게 자신을 데려갈까봐 두렵다고 하였고, 테세우스는 자신의 이름이 오이디푸스를 지켜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크레온이 감언이설로 오이디푸스를 데려가려고 하자, 오이디푸스는 크레온이 아테나이로부터 재앙을 피할 목적으로 자신을 데려가려 한다고 비난합니다.

크레온은 오이디푸스가 자신을 비난하며 따라나서지 않자, 이스메네를 자신이 방금 붙잡아 보냈고 안티고네도 데려가겠다고 협박합니다.

크레온은 부하를 시켜 막무가내로 끌고가려고 하고, 오이디푸스는 원로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크레온은 원로들과 말싸움을 하였고 오이디푸스를 잡아가겠다고 말합니다.

크레온이 국경을 넘으려고 할때 아테나이 왕 테세우스가 나타납니다.

테세우스는 크레온에게 오이디푸스의 두 딸을 데려다 놓기 전에는 국경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크레온은 오이디푸스가 친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동거하는 가장 부정한 결혼을 했다고 비난합니다.

크레온의 말에 화가 난 오이디푸스는 말합니다.

오이디푸스   (중략)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군가 다가와 올바른 사람인 자네를 죽이려 한다면, 자네 같으면 죽이려는 자가 자네의 아버지인지를 묻겠는가, 아니면 당장 되갚아주겠는가? 살고 싶다면 자네는 아마도 되갚아주고 정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을 거이네. 바로 그런 재앙 속으로 나는 빨려든 것이네. 신들에게 이끌려. 그리고 생각건데, 아버지의 혼백이 되살아나신다 해도 내 말을 부인하지 못하실 것이네. 그러데도 자네는- 하긴 자네는 올바르지도 않고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말하는 것을 좋다고 여기니까- 여기 이분들의 면전에서 내게 이렇게 욕설을 퍼붓고 있으니.(중략)

오이디푸스의 대사에서 크레온의 성품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가장 아픈 치부를 여러 사람 앞에서 드러내는 크레온의 성품은 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티고네』에서도 언급했지만 교류분석 심리학에서 크레온의 생활자세는 자기긍정-타인부정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은 모두 바르고 다른 사람은 다 틀렸다는 생각이 상대방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비난을 퍼부어대니 말입니다. 고전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일이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낍니다. 많이 읽고 많이 아는 것보다 단 하나의 실천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결국 오이디푸스에 대해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조차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안타깝게 여기게 되고, 크레온에게 적대적으로 대합니다.

코로스장 왕이시여, 이 나그네는 착한 사람이네요. 운명은 기구하지만 그는 우리가 구해줄 만한 사람이에요.

테세우스는 크레온에게 오이디푸스의 두 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가 있는 길을 안내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오이디푸스에게 자신이 죽지 않는 한, 두 딸을 데려오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오이디푸스를 안심시킵니다. 아마 크레온도 헤라클레스 못지 않은 용맹과 명성을 지니고 있는 테세우스 왕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코로스는 테세우스가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를 무사히 데리고 오기를 바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결국 테세우스는 오이디푸스의 두 딸을 데리고 왔고, 오이디푸스는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오이디푸스 아아, 내 지팡이들!

안티고네  불행한 아버지의 불행한 지팡이들이지요.

오이디푸스는 테세우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고 어떻게 딸들을 구해왔는지 궁금해 하는 오이디푸스에게 말합니다.

테세우스  (중략) 하지만 나는 행동보다는 말로 인생에 광휘를 부여하고 싶지 않소이다. 그 증거를 보여주겠소. 노인장, 그대에게 맹세하 것과 관련하여 나는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았소이다. 이 소녀들을 온갖 위협에도 무사히 산 채로 데려왔으니 말이오. 그리고 싸움에서 어떻게 이겼는지 내가 공연히 자랑할 필요가 어디 있겠소?(중략)

역시 대장부다운 테세우스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테세우스는 오이디푸스의 친척인 어떤 남자가 포세이돈의 제단 앞에 쓰러져 탄원하고 있었는데, 그가 오이디푸스와 대화하기를 원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오이디푸스는 그가 아들 폴뤼네이케스임을 직감하고 만나기를 거부하지만, 테세우스와 안티고네는 만나보기를 권유합니다.

안티고네  (중략)  그러니 오라버니가 아버지에게 아무리 악하고 불경한 짓을 했더라도 오라버니에게 악으로 되갚는 것은 아버지답지 않아요. (중략)

오이디푸스  얘야, 너희들은 말로 나를 이겨 기쁘겠지만, 나는 괴롭구나. 하지만 너희들 좋을 대로 하려무나!(중략)

코로스(우)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일단 태어났으면 되도록 빨리 왔던 곳으로 가는 것이 그 다음으로 가장 좋은 일이라오. 경박하고 어리석은 청춘이 지나고 나면 누가 고생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누가 노고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이오? 시기, 파쟁, 불화, 전투와 살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난받는 노년이 그이 몫으로 덧붙여지지요. 힘없고, 비사교적이고, 친구 없고, 불행 중의 불행들이 빠짐없이 모두 동거하는 노년이.

안티고네 아버지, 저기 그 나그네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수행원들도 없이 홀로 말예요.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어요.

폴뤼네이케스는 자신이 동생 에테오클레스에게 쫓겨나 아르고스의 아드라토스 왕의 사위가 되어 테바이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아버지 오이디푸스가 편을 드는 쪽이 이긴다는 신탁때문에 아버지의 선택을 받으려고 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기게 되면 오이디푸스를 다시 테바이로 모시겠다고 말합니다.

오이디푸스는 폴뤼네이케스가 왕위에 있을 때(두 형제가 일년 씩 번갈아가면서 통치를 하기로 함) 자신이 쫓겨났다고 하면서, 전쟁에서 아들 둘이 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질 것이라고 저주합니다. 폴뤼네이케스는 비참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누이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장례를 치러달라고 부탁합니다. 그의 부탁에 안티고네도 폴뤼네이케스에게 군대를 다시 아르고스로 되돌리라고 부탁하였지만, 그는 돌이킬 수 없다고 거절하였고, 예견된 죽음에 눈물을 흘리며 돌아갑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안티고네에게 테세우스를 불러달라고 부탁합니다.

테세우스가 오자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죽을 장소를 알려주겠다고 했으며 다른 모든 사람에게, 심지어 자신의 딸들에게도 비밀로 해야 하며, 대대로 장남 한 사람에게만 알려주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그는 자신의 무덤이 아테나이를 공격하는 이웃 도시로부터 테세우스를 구해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이디푸스  (중략) 내게는 햇빛이 아닌 햇빛이여, 전에는 네가 내 것이기도 했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내 육신이 너를 느끼는구나!(장님이라 햇빛을 느낄 수만 있다는 뜻) 나는 지금 내 인생의 마지막을 하데스에 숨기러 가는 길이니까.(테세우스에게) 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친구여, 그대와 이 나라와 그대의 백성들은 부디 행복하시오! 그리고 번영을 누리는 가운데서도 죽은 나를 생각하시오. 그대들의 영원한 행복을 위하여!

테세우스가 오이디푸스에게 신뢰를 보인 것처럼 오이디푸스도 자신의 죽음으로 테세우스에게 보답하려 합니다. 신뢰란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심리학에서 아이들은 부모가 신뢰롭지 않을 경우 사랑을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신뢰는 그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뢰를 잃는 것은 하루 아침이지만 신뢰를 쌓는 것은 지난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코로스들은 오이디푸스의 죽음 애도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사자(使者)가 나타나 오이디푸스의 죽음을 알립니다.

사자  (중략)  하지만 그분은 딸들의 갑작스럽고 비통한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두 팔로 딸들을 안으며 말했어요. "얘들아, 오늘로 너희들에게 아버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내 모든 것이 소멸하여, 너희들은 더 이상 나를 부양하지 않게 될 것이다. 힘든 수고였지. 알고 있다. 얘들아, 하지만 단 한마디 말이 나를 위한 그 모든 수고를 보상해 줄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너희들을 사랑했고, 어느 누구도 나보다 더 너희들을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너희들은 나 없이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중략)  
이 나라의 국왕이신 테세우스를 가까이 오라고 불렀고, 그래서 왕께서 다가가시자 이렇게 말했어요. "친구여, 내 자식들에게 신의의 담보로 그대의 손을 주시오. 얘들아, 너희들도 그렇게 해라. 그러고는 이 애들에게 유리한 것이면 언제라도 호의를 갖고 해주시겠다고 약속해주시오! 
그래서 테세우스 님은 고매하신 분답게 비탄을 자제하시며 나그네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맹세하셨어요.(중략)

오이디푸스의 부탁에 따라 그곳에는 테세우스만 남고 모두 그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오이디푸스의 두 딸은 아버지의 죽음과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며 서럽게 통곡합니다.

코로스 그대들 착한 딸들이여, 두 자매여, 신께서 주신 운명은 참고 견뎌야 하오. 지나치게 슬퍼마시오. 그대들은 불평할 일을 당한 것이 아니오.(아버지가 노령으로 고통없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

안티고네  불행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도 있나 봐요. 내가 이 손으로 아버지를 모시던 동안에는 즐거울 리 없는 것도 즐거웠으니까요.(중략)

안티고네는 테세우스에게 오라버니들의 살육을 막기위해 테바이로 보내어 달라고 하였고, 테세우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으며 그 밖에도 약속대로 어떤 도움이든 주겠다고 말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천병희 선생님의 해설을 올립니다.

신들이 오이디푸스에게 내린 운명은 더없이 가혹하고, 그 운명과 맞선다는 것은 처음부터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오이디푸스는 일말의 동요 없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과 끝까지 대결하고, 또한 그것을 자신의 의지로 받아들임으로써 극복한다. 바로 여기에 오이디푸스뿐만 아니라 아이아스, 안티고네, 엘렉트라 같은 소포클레스적 인간들의 위대함이 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에서 드라마의 주역은 자신의 운명과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대결하는 인간이다. 신보다는 인간을, 가문보다는 개인을 드라마의 중심으로 세우는 소포클레스의 견해는 드라마의 형식에도 반영되어, 아이스퀼로스의 경우 3부작 전체가 하나의 사건을 다루는 이른바 '연속 3부작'인 데 반해, 소포클레스의 거의 모든 3부작은 거기 속한 드라마가 저마다 독립성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