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 드라마는 「일리아스」 10권에 나오는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과 다투고 출전하지 않아 그리스군이 수세에 몰리며 방벽 뒤쪽에 갇히게 된다. 헥토르가 밤에 트로이아인 돌론을 첩자로 내보내 그리스군이 혹시 야음을 틈타 귀향할 의사가 있는지 그들의 의도를 알아 오게한다. 트라케 왕 레소스가 트로이아를 지원하러 대군을 이끌고 왔다가 물러가 휴식을 취한다. 한편 그리스군 쪽에서도 오뒷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트로이아군 진영에 잠입하여 돌론을 붙잡아 암호를 알아낸 다음 죽인다. 두 장수는 아테나 여신의 인도를 받아 보초도 세우지 않고 곤히 잠든 트라케인들을 기습하여 레소스를 죽이고 그의 준마들을 끌고 간다. 레소스의 마부가 와서 레소스가 어머니로 무사 여신들 중 한 명인 테릅시코레가 하늘에서 내려와 헥토르의 소행이 아니라며 아들의 시신을 날라 간다.
등장인물
코로스 트로이아 파수병들로 구성된
헥토르 트로이아군 총사령관
아이네이아스 트로이아군 장수
돌론 트로이아인
사자 목자
레소스 트라케 왕
오뒷세우스 그리스군 장수
디오메데스 그리스군 장수
아테나 여신
알렉산드로스 일명 파리스, 트로이아 왕자, 헥토르의 아우
마부 레소스의
무사 레소스의 어머니
장소 그리스군 함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트로이아군 야영장. 낮에 전투에서 이긴 트로이아군은 다음날 그리스군을 바닷물에 처넣을 수 있으리라 믿고, 평소와는 달리 성 밖에서 양영을 하며 그리스군이 야반도주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극이 시작되면 트로이아 파수병으로 구성된 코로스가 헥토르를 급하게 찾습니다. 파수병들은 그리스군들이 화톳불을 환히 밝혀놓고 전군이 모여 아가멤논의 막사로 몰려든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보고하러 온 것이니 자신을 나무라지 말아 달라고 합니다.
헥토르는 겁에 질린 그리스군이 야음을 틈타 몰래 도망가려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는 잠에서 깨어 도망가는 그리스군들을 도륙할 것을 군대에 명령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파수병은 섣부른 헥토르의 판단과는 달리 마음이 꺼림칙하게 느껴집니다.
전날 그리스군을 강하게 밀어부친 헥토르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습니다.
그때, 그리스 장군 아이네이아스가 돌론을 포함한 수행원들을 데리고 등장합니다.
아이네이아스는 왜 파수꾼들이 밤에 보고를 하여, 군대를 발칵 뒤집어놓느냐고 물어봅니다.
헥토르는 그리스군이 도망가려고 하니, 무장을 하라고 합니다.
아이네이아스는 헥토르의 섣부른 판단으로 공격을 감행하게 된다면, 그리스군로부터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며 걱정합니다. 그리고 공격이 성공한다 해도 결국에는 아킬레우스와 맞서야 하는데, 그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는 말도 합니다. 그러니 정탐꾼을 통하여 그리스군이 도망을 치는지 계략을 꾸미는지 알아보자고 제안합니다.
파수꾼들도 아이네이아스의 의견에 동조했기 때문에 헥토르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입니다.
헥토르가 누가 정탐꾼에 지원할 것인지를 물었을 때, 돌론이라는 자가 지원합니다. 그는 자신이 정탐에 성공한다면, 상품으로 아킬레우스의 말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 말은 불사의 말로서 헥토르 자신도 탐이 나긴 하였지만 돌론에게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돌론은 늑대가죽을 걸치고 늑대처럼 네 발로 걷다가 사람의 왕래가 없는 곳에 이르면, 두 발로 걸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돌론은 자신이 그리스인들의 함대에 갔었다는 증거로 오뒷세우스의 머리를 가져오든지, 디오메데스를 죽이고 오겠다고 자신합니다.
돌론이 떠난 후, 들판에서 사자가 오더니 헥토르를 돕기 위해 레소스가 트라케군을 이끌고 왔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러나 헥토르는 뒤늦게 나타난 레소스가 탐탁치 않았지만, 동맹군으로서 받아들입니다.
헥토르는 레소스가 어려울 때 도와주었던 얘기를 하면서 배은망덕하게 늦게야 왔다며 나무랍니다. 레소스는 자신이 도움을 주려고 트로이아로 떠나려 할 때 스퀴타이족이 전쟁을 걸어와서 어쩔 수 없었다며 사정을 이야기 합니다. 전쟁은 겨우 이겼지만, 트라케인들도 엄청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전쟁을 마무리 하고서야 오게 되었다는 말을 합니다.
레소스는 이제 자신이 단 하루 동안에 그리스군을 함락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며 트로이아인들에게 방패를 들 필요가 없다고 큰소리 칩니다.
레소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이긴 다음, 그리스로 가서 쑥대밭을 만들고 그들도 똑같이 고통을 당하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레소스는 그리스 최고의 명장 아킬레우스와 대결하고 싶었으나, 아킬레우스가 그리스의 총사령관인 아가멤논과의 불화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 다음으로 유명한 장군이 누구인지 물어봅니다.
헥토르는 아이아스와 디오메데스, 지략으로 뛰어난 이로는 오뒷세우스를 거론합니다.
헥토르는 레소스가 밤을 보낼 장소와 자신들의 암호인 '포이보스'를 알려줍니다.
파수꾼들은 서로 교대하면서, 정탐하러 간 돌론이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리스군측 정탐꾼인 오뒷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벌써 적진인 트로이 진영에 도착합니다.
그들은 돌론을 잡아 '포이보스'라는 암호까지 알아냈던 것입니다.
그들은 돌론이 말한 헥토르의 거처에 도착했는데, 헥토르가 보이지 않자 불안해진 오뒷세우스가 디오메데스에게 그리스진영으로 돌아가자고 했고, 디오메데스도 동의합니다.
그때 아테나 여신이 나서 이 밤에 레소스를 죽이지 못한다면, 아킬레우스도 아이아스도 그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또한 레소스를 죽인다면 모든 것이 그들의 것이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아테나는 헥토르는 다른 사람의 손에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헥토르에게 관심을 두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아테나는 레소스의 진영을 알려주었고 레소스의 백마를 전리품으로 끌고 가라고 말합니다.
둘은 합의 하에 디오메데스가 레소스를 죽이기로 하고,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백마를 제어하기로 합니다.
아테나가 파리스가 오고 있는 것을 알리자, 디오메데스는 그를 죽일 생각을 하였지만, 아테나는 파리스는 디오메데스에게 죽을 운명이 아니니 정해져 있는 계획을 실행하라고 말합니다.
헥토르에게 찾아간 파리스는 적군 중에 누가 트로이 진영에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려고 합니다. 그때 아테나가 트로이진영에 호의적인 아프로디테 여신으로 변신하여, 파리스에게 군영에는 아무 일도 없다고 안심시킵니다. 파리스가 떠나자 아테나는 오뒷세우스와 디오메데스에게 말합니다.
아테나 용맹이 지나친 그대들 두 사람은 내 말을 들어라. 라에르테스의 아들(오뒷세우스)이여, 그대의 날 선 칼을 칼집에 넣도록 하라! 트라케의 장군은 죽어 누워 있고, 그의 말들은 우리 것이니라. 하지만 적군이 알아차리고 그대들에게 다가오고 있노라. 그러니 되도록 빨리 함선들이 있는 곳으로 달아나도록 하라. 적군의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데 왜 서둘러 그대들의 목숨을 구하지 않는가?
이 극에서는 오뒷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레소스를 죽이고 백마를 훔치는 장면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고 이미 그 일이 마무리 된 것으로 나옵니다. 아무래도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연출해야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뒷세우스는 파수꾼들에게 잡혔지만, 암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정탐꾼들 앞에 레소스의 마부가 부상당 한 채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들의 군대는 궤멸되고, 레소스 왕은 쓰러졌다고 전하면서 급하게 헥토르를 찾습니다.
마부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당한 치욕으로 괴로워합니다.
마부 (생략) 우리는 먼 길을 행군해오느라 지친 나머지 잠이 들었소. 군대를 위해 야간 보초도 세우지 않고 말이오. 우리는 무구들도 질서정연하게 정돈해두지 않았고, 몰이 막대기들도 말들의 멍에에 걸어두지 않았지요. 왕은 그대들이 전투에서 이겨 함선들의 고물들을 포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그대로 쓰러져 잤지요.
유비무환이라는 사자성어가 이 장면에 꼭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마부는 말들을 관리하던 중 두 사람을 발견했으나, 물건을 훔치려고 온 트로이 진영의 군사인줄 알고 쫓아버린 후 방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 후 악몽을 꾸다가 깨었는데 이미 군사들이 죽어있었고, 레소스 왕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부는 칼을 찾고 있다가 누군가의 칼에 찔려서 부상당했다고 말합니다.
뒤늦게 나타난 헥토르는 그리스군 정탐꾼들이 트로이 진영에 왔다가 무사히 돌아갔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파수꾼에게 엄벌에 처하겠다고 소리칩니다.
그러나 마부는 오히려 헥토르가 말이 탐이 나서 레소스 왕을 죽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들만 당하고 트로이 군사들은 멀쩡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확신하고 있습니다.
헥토르는 돌론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타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며, 이런 일을 꾸밀 수 있는 자는 오뒷세우스 밖에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때 무사 여신이 레소스의 시신을 안고 무대 건물 위에 나타납니다.
무사 나를 보아라, 트로이아인들이여. 나는 시인들에게 존경받는 무사 여신으로, 여러 자매들 중 한명이니라. 내가 여기 온 것은 내 사랑하는 아들이 적군에게 비참하게 죽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니라. 그 애를 죽인 교활한 오뒷세우스는 언젠가 적절한 벌을 받을 것이니라.
무사 여신은 아들 레소스의 운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트로이아로 떠나지 말 것을 당부했으나, 레소스 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사 여신은 자신의 아들 레소스의 아버지는 하신(강물의 신) 스트뤼몬이라고 하였고, 레소스는 샘물의 요정에 의해 키워졌다고 말합니다.
무사 여신은 테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예언하며, 그때는 아테나도 그의 죽음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무사 여신은 지금은 레소스를 위해 만가를 부르지만, 나중에는 아들 아킬레우스를 잃은 테티스를 위해 만가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에 대해 토로합니다.
헥토르는 날이 밝아오면, 그리스군의 함선들에 불을 지르고 트로이아인들에게 자유의 날을 가져다 줄 것을 확신합니다.
헥토르가 욕심만 많고 어리석은 사람인 돌론을 정탐꾼으로 택했던 것은, 그 또한 지도자로서 현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그리스 진영에서는 지략으로 뛰어난 오뒷세우스와 용맹한 디오메데스를 정탐꾼으로 보냄으로써 이 게임의 결과는 벌써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는 자신도 뛰어나야 하지만, 아랫 사람을 잘 관리하는 지혜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함을 일깨워주는 드라마였습니다.
천병희선생님의 해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인생과 운명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처철한 고뇌 등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이 아닐 것이라는 설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사에서 전하는 철학적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좀 가볍다고 해야 할까요...
고대 비극에서는 갑자기 신이 나타나서 해명을 해줌으로써 누명을 벗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삶에서도 억울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신들이 나타나서 해명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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