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 드라마는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가 아울리스 항에서 그리스군을 위해 제물로 바쳐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가멤논은 아우 메넬라오스의 성화에 마지못해 아킬레우스와 결혼시킨다는 핑계로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울리스로 데려오게 하지만, 마음이 괴로워 다시 사람을 시켜 딸을 보내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두 번째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출발한 사자가 메넬라오스에게 제지당하며,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이피게네이아가 아울리스에 도착한다. 메넬라오스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원정을 포기하겠다고 자청하지만, 아가멤논은 원정이 취소될 경우 군대의 노여움을 살 것을 두려워한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사기극의 미끼로 이용되었음을 알고 이피게네이아를 구하려고 노력하지만, 처음에는 살려달라는 애원하던 이피게네이아가 심기일전하여 그리스군을 위한 제물이 되기를 자청한다.
등장인물
아가멤논 아르고스 왕, 그리스군 총사령관
늙은 하인 아가멤논의
코로스 칼키스의 여인들로 구성된
메넬라오스 스파르테 왕, 아가멤논의 아우
사자
클뤼타이메스트라 아가멤논의 아내
이피게네이아 아가멤논의 딸
아킬레우스 뮈르미도네스족의 장군
사자 2
그 밖에 아가멤논의 어린 아들 오레스테스, 아가멤논의 시종들, 아킬레우스의 추종자들.
장소 아울리스에 있는 아가멤논의 막사 앞.
그리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무슨 걱정이 있는지 늙은 하인에게 복잡한 감정을 토로합니다.
아가멤논 나는 자네가 부럽네, 할아범. 세상에 알려지거나 명성을 얻진 못해도 위험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는 부럽기만 하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부럽지가 않네.
늙은 하인은 아가멤논이 편지를 봉인했다가 뜯고 다시 쓰다가 내던지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무슨고민이 있는냐고 물어봅니다.
아가멤논은 자신이 트로이로 출전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튄다오레스의 딸 헬레네가 많은 구혼자에게 시달리자 튄다오레스는 구혼자들을 화해시키고, 누가 헬레네의 남편이 되든, 그 남편에게서 헬레네를 뺏는 자가 있으면 그자를 징벌하고 그자의 도시를 허물도록 구혼자들로 하여금 다짐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헬레네는 남편감으로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를 택했고,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헬레네를 납치해 갔기 때문에 다짐에 따라 그리스인들이 전쟁에 소집되었고, 트로이로 출전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군은 출정을 앞둔 아울리스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출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예언자 칼카스가 출정을 가능하게 하려면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르테미스의 제물로 바쳐야 하며, 그렇게 되면 트로이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합니다. 아가멤논은 딸을 제물로 바칠 수 없어 전군을 해산하려 했는데, 메넬라오스가 자신이 몹쓸 짓을 하도록 설득했다고 말하면서 괴로워합니다.
아가멤논은 첫 번째 편지에서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아킬레우스의 출정을 설득하기 위해 딸 이피게네이아를 아킬레우스에게 시집보내야 한다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하면서 자책합니다.
그는 늙은 하인에게 두 번째 편지를 보내 아내가 딸을 보내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아가멤논은 딸을 구하기 위해 하인을 재촉합니다. 만약에 중간에 이피게네이아를 만나거든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늙은 하인은 메넬라오스에게 서찰을 뺏겼고, 다시 서찰을 낚아채려 하였으나 메넬라오스에 의해 제지당합니다. 늙은 하인은 소리를 질러 아가멤논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 두 형제는 편지로 인해 언쟁이 벌어집니다. 메넬라오스는 아가멤논이 영광을 위해 거짓말까지 하면서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려고 했다가 쉽게 변심한 데 대해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을 합니다.
이에 대해 아가멤논은 메넬라오스에게 자신의 야심때문이 아니라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 때문에 안달이 나서 그런거라며 맞받아칩니다.
두 형제가 언성을 높이고 있을 때 사자가 나타나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아들 오레스테스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알립니다.
그리스군들은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딸을 보려고 뛰어서 몰려왔고 이피게네이아가 무슨 이유로 왔는지 궁금해했다고 전합니다.
사자의 말을 들은 아가멤논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합니다.
아가멤논 (생략) 미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유리한 점도 있어. 그런 사람은 마음대로 울 수도 있고, 무엇이든 말할 수 있으니까. 고귀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불행해도 탈출구가 없어. 우리는 품위를 지키며 살아야 하고, 대중을 섬기는 종들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야. 나는 눈물을 흘리기도 부끄럽지만, 반대로 더없이 큰 곤경에 빠진 처지에 눈물을 흘리지 않기도 부끄러워.(생략)
메넬라오스는 아가멤논의 모습에 슬퍼하며 칼카스의 예언이 무슨 뜻이든 간에, 원정대를 해산하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메넬라오스가 문제가 아니라 그리스 군대의 전원 회의에서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기를 원한다는 말을 합니다.
메넬라오스는 이피게네이아를 돌려보내면 그들도 어쩔 수 없을 거라 하였지만, 아가멤논은 오뒷세우스의 행동을 추측하며 두려워합니다.
그는 자신이 약속을 어긴다면, 오뒷세우스가 군대를 휘어잡고, 두 형제를 죽이고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할 것이며, 만약 도망가더라도 뒤쫓아 와서 아르고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두려워합니다.
결국 아가멤논은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기로 하고,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가 그 사실을 모르게 침묵을 지키라고 말합니다.
아울리스에 도착한 클뤼타이메스트라는 환영의 분위기에 흡족해하였고, 자신이 가져온 결혼 지참금을 막사 안으로 옮기라고 합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이피게네이아는 하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꿈에 부풀어 마차에서 내립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그리스의 명장 아킬레우스를 사위로 얻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때 아가멤논이 나타납니다. 가족들은 서로 안기며 반가워합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아킬레우스의 가문에 대해 알아보며 나무랄 데 없는 사윗감에 기대감을 갖습니다. 그녀는 딸의 결혼식과 피로연 등 여러 가지에 대해 남편 아가멤논에게 묻습니다.
아가멤논은 결혼식은 자신이 알아서 시킬 것이니,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딸 둘만 남아있는 아르고스로 돌아가라고 하였으나, 그의 아내는 그건 법도가 아니라며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아가멤논이 퇴장 후 아킬레우스가 등장합니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지휘하는 뮈르미도네스족의 군사들이 트로이로 출정하지 않을 거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불평했다며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총사령관 아가멤논을 찾아온 것입니다.
아킬레우스는 클뤼타이메스트라와 마주하게 되었고,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예비사위의 오른손을 잡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모르는 아킬레우스는 결혼이라는 말에 정색을 하면서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어이없어 합니다.
아킬레우스의 반응에 클뤼타이메스트라는 민망해서 어쩔줄을 몰라합니다.
그때 아가멤논의 늙은 하인이 등장하여 아킬레우스와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아가멤논이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려 한다는 사실을 말해 버립니다. 늙은 하인은 클뤼타이메스트라가 결혼할 때 결혼지참금으로 아가멤논의 집에 하인으로 왔었기 때문에 아가멤논보다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더 우호적입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딸을 제물로 바치려고, 자신을 속인 아가멤논에게 분노합니다. 늙은 하인은 이피게네이아가 아울리스 항으로 오는 것을 취소하는 두 번째 편지를 가지고 가다가 메넬라오스에게 잡혀서 전하지 못했던 일을 말합니다.
아킬레우스도 자신을 이용하여 이피게네이아를 유인했다는 사실에 몹시 불쾌해 하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모든 상황을 알게 된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자신과 딸의 안위를 지켜달라며 아킬레우스에게 애원하였고, 아킬레우스는 이피게네이아가 아가멤논에 의해 제물로 희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만약 이피게네이아를 누군가 빼앗아갈 경우, 자신의 칼은 가만있지 않을 거라며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안심시킵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아킬레우스의 말에 감동합니다.
아킬레우스는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아가멤논이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해보자고 제안합니다. 만약 클뤼타이메스트라의 간청에도 아가멤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때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합니다.
얼마 후 아가멤논이 막사로 돌아왔고,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이피게네이아를 막사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
막사에서 나온 이피게네이아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아가멤논은 이유를 묻습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아가멤논의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했고, 아가멤논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합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공정하게 추점으로 제물을 선정해야 했거나, 전쟁의 원인인 헬레네의 딸 헤르미오네를 희생시킬 것이지 왜 자신의 딸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따져 묻습니다.
이피게네이아는 아가멤논에게 자신을 희생시키지 말아달라며 애원했지만, 아가멤논은 자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고 가버립니다.
잠시 후 막사에 아킬레우스가 도착해서 이피게네이아가 제물로 바쳐진다는 이야기가 그리스군들 사이에 퍼져있다고 말하면서 이피게네이아를 구하려고 하는 자신도 돌에 맞아 죽어야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피게네이아를 돕겠다고 합니다. 이피게네이아를 붙잡으로 오뒷세우스가 올 것이고,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그를 제지하겠다고 말합니다.
이피게네이아는 자신때문에 아킬레우스가 봉변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자신은 희생됨으로써 헬라스의 해방자라는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며 그리스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말합니다.
아킬레우스는 이피게네이아가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지 모르니 신전에서 무기를 가지고 기다리겠다고 말합니다.
이피게네이아는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상복을 입지 말라고 하였고, 아르고스에 있는 동생들도 상복을 입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였고, 오레스테스를 대장부로 잘 길러달라고 부탁합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이피게네이아와 같이 가려고 하였으나, 어머니를 위해 딸이 거부하였기때문에 슬픔으로 통곡합니다.
코로스 그대의 영광은 영원할 거예요.
이피게네이아 아아, 아아, 빛을 가져다주는 낮이여, 제우스의 햇빛이여, 다른 삶을, 다른 운명을 나는 살게 되리라. 잘 있으라, 사랑스런 빛이여!
시간이 흐른 후 막사에 있던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사자가 나타나서 제단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피게네이아는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아르테미스의 제단으로 갔고, 예언자 칼카스가 그녀의 머리에 화관을 씌웠다고 합니다. 그는 소녀의 목을 치기 위해 어디를 쳐야 할지 살펴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소녀의 목을 가격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소녀는 사라지고 암사슴 한 마리가 버둥대며 그곳에 누워있었다는 것입니다. 칼카스는 아르테미스 여신이 소녀 대신 암사슴을 흔쾌히 받으시는 것은 인간의 고귀한 피로 제단을 더럽히지 않기 위함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자는 이피게네이아는 분명 신들이 계신 곳으로 날아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위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합니다. 잠시 후 남편 아가멤논이 나타나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아내에게 딸은 신들 사이에서 살고 있으니, 이제 맘편히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작별인사를 하며 극은 막을 내립니다.
[천병희 선생님의 해설]
에우리피데스가 마케도니아에 머무는 동안(기원전 408~406년) 쓴 드라마 중에는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와 「박코스 여신도들」만이 현재 남아 있는데, 이 두 드라마가 포함된 4부작으로 그와 이름이 같은 아들 또는 조카가 그의 사후에 아테나이의 경연에서 그에게 우승을 안겨주었다.
에우리피데스의 후기 드라마들에서는 변화무쌍한 인간의 마음이 주요 모티브였다면, 그러한 경향은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절정에 달한다.
이 드라마는, 처음에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이피게네이아가 나중에 희생을 자청하는 이피게네이아와 전혀 달라 주인공의 성격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고대의 그리스인들에게 본성(physis)의 불변성은 특히 비극에서 필수 조건의 하나였음을 고려하면 근거 없는 혹평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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