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코스 여신도들(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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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저서 읽기/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

박코스 여신도들(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작품 소개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인 주신(酒神) 디오뉘소스는 인간들에게 자신이 신임을 알리고자 천하를 주유(周游)하다가, 어머니의 고향인 테바이에 도착하지만 이모인 아가우에 등은 그의 신성을 부인한다.그러자 디오뉘소스는 테바이 여인들이 미쳐서 키타이론 산에서 춤추게 한다. 테바이 왕이 된 이종사촌 펜테우스는 외할아버지 카드모스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신흥종교에 적의를 품고는 디오뉘소스를 투옥한다. 이어서 사자가 도착하여 산 위에서의 테바이 여인들의 행동을 자세히 보고하자, 디오뉘소스는 여자로 변장하고 산에 가서 직접 구경해보라고 펜테우스를 유인한다. 그리고 산에 도착하자 펜테우스가 들키게 하여 여인들이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 아가우에는 사자를 잡은 줄 알고 그의 머리를 지팡이에 꿰어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테바이로 돌아온다. 그녀는 곧 정신이 돌아오지만 이미 아들을 죽이고 난 뒤였다. 카드모스 일가는 테바이에서 추방되고 드라마는 그들이 출발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등장인물

 

디오뉘소스

코로스  박코스 여신도들로서 디오뉘소스를 따라온 뤼디아 여인들로 구성된

테이레시아스 눈먼 예언자

카드모스  테바이의 전왕(前王)

펜테우스  테바이 왕, 아가우에의 아들

시종 펜테우스의 

사자(使者)  소 치는 목자

사자 2  펜테우스의 시종

아가우에  카드모스의 딸, 펜테우스의 어머니

 

그 밖에 펜테우스의 시종들과 테바이 백성들

 

장소  테바이에 있는 카드모스와 펜테우스의 궁전 앞.

 

디오뉘소스는 자신이 제우스와 어머니 세멜레 사이에 태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모들은 세멜레가 제우스가 아닌 인간과 동침하고 제우스에게 덮어씌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오뉘소스의 어머니, 세멜레의 죽음에 대해서도 다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디오뉘소스는 자신의 어머니인 세멜레가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의 꾐에 빠져 제우스의 참모습을 보여달라고 졸라 불에 타 죽었다고 하였으나, 이모들은 제우스와 동침을 했다는 거짓말 때문에 제우스에 의해 불에 타죽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모들에 대한 분노로 이모들을 미치게 하여 집에서 내쫓았다고 합니다.

그는 사촌 펜테우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으나, 자신에 맞서 전쟁을 시작하여 제주(祭酒)에서 자신을 배제했음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디오뉘소스는 자신이 사람이 아니고 신이라는 것을  테바이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만약에 테바이인들이 박코스 여신도들을 무력으로 산에서 내쫓으려 한다면, 전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합니다.

디오뉘소스는 키타이론 산으로 가서 박코스 여신도들과 춤에 참가하기 위해 떠납니다.

박코스 여신도들은 세멜레가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죽을 때, 제우스가 세멜레의 뱃 속에 있던 디오뉘소스를 넓적다리에 감추고 황금걸쇠들로 봉합하여 헤라 앞에 숨겼으며, 그가 태어났을 때 제우스가 이마에 뱀관을 씌워줬다는 내용에 대해 노래하고 있습니다. 박코스의 여신도들은 디오뉘소스를 신으로써 추앙하고 있습니다.

박코스의 여신도들로 구성된 코로스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눈 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등장합니다. 테이레시아스는 카드모스를 불러달라고 합니다.

카드모스는 외손자 디오뉘소스를 신으로써 추앙하기 위해 , 테이레시아스와 함께 춤을 추러 산으로 갑니다.

그때, 나라를 떠나 있었던 펜테우스가 나타나 박코스 제(祭)에 대하여 조작된 행사라며 비난합니다.

그는 박코스의 축제에 참가한 여인들에게 수갑을 채워 감옥에 가두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디오뉘소스를 추앙하는 뤼디아 출신 마술사(디오뉘소스)를 잡아 목을 베어 춤을 추지 못하게 하겠다고 합니다. 

펜테우스는 춤을 추고 있는 외할아버지 카드모스를 알아보고 춤을 멈출 것을 권유하였으며, 테이레시아스에게는 외할아버지를 부추겨 축제에 참여하게 한 것에 대해 비난합니다. 

테이레시아스는 펜테우스의 비난에 맞서, 디오뉘소스 신을 받아들여 제주를 바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머리에 화관을 쓰라고 조언합니다. 

테이레시아스  (생략) 디오뉘소스는 결코 귀프리스(아프로디테)에 대항하여 여인들에게 정절을 강요하지는 않으실 것이오. 여인들이 언제 어디서 정절을 지키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성격에 달려 있소이다. 박코스의 축제에서도 정결한 여인은 결코 타락하지 않을 테니 말이오. (생략) 나는 그대가 조롱하는 카드모스와 함께 담쟁이덩굴 관을 쓰고 춤출 것이오. (생략)

카드모스는 세멜레가 신(디오뉘소스)을 낳은 것으로 간주되면, 가문의 영광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신에게 대항하면 악타이온 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니, 자신과 함께 덤쟁이덩굴 관을 쓰고 신을 공경하자고 설득합니다.

그러나 펜테우스는 외할아버지인 카드모스의 설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시종들을 시켜 테이레시아스가 새를 관찰하는 자리를 찾아가서 지렛대들로 그곳을 뒤엎으라고 하였고, 뤼디아 출신 마술사(=디오뉘소스)를 잡아 돌에 맞아 죽게 하여 축제가 비참하게 끝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코로스(우1)  고삐 풀린 입과 법도를 무시한 어리석은 짓의 말로는 재앙이라네. 그러나 평온한 삶과 지혜는 흔들리지 않고 존속되며, 가정을 지탱해주는 법. 하늘의 신들께서도 멀리 대기 속에 사셔도 인간사를 굽어보신다네. 지혜로워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꾀하는 것은 진정한 지혜가 아니라네. 인생은 짧은 것. 그래서 원대한 것을 추구하는 자는 눈앞에 있는 것을 놓치리라. 내 말하노니, 그것은 미친 자들과 나쁜 조언을 받은 자들이 취하는 방법이라네.

펜테우스의 시종들이 명령에 따라, 디오뉘소스를 잡아옵니다.

펜테우스  자네는 그 의식을 밤에 행했는가, 낮에 행했는가?

디오뉘소스  대개 밤에 행하지요. 어둠은 신성한 것이니까요.

펜테우스  어둠은 여자들에게는 음흉하고 위험하지.

디오뉘소스  사람들은 대낮에도 수치스런 일을 생각해내요.           

펜테우스는 디오뉘소스의 머리털을 자르게 하고 감옥에 넣어 감시하겠다고 말합니다.

디오뉘소스 그대는 재앙을 당할 이름을 가졌구려 .            

펜테우스라는 이름은 '고통'이라는 단어와 유사한 발음이어서 언어유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디오뉘소스는 시종들에 의해 끌려갑니다.

잠시 후 궁전 안에서 디오뉘소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디오뉘소스  번쩍이는 번개의 섬광을 집어 들어 펜테우스의 집을 다 태워 없애도록 하라!         

잠시 후 디오뉘소스는 궁전 밖으로 나옵니다.

그는 펜테우스가 인간인 주제에 감히 신에 대항해 싸웠기 때문에 감옥은 무너졌으며, 자신을 구속하지도 못했다고 말합니다.                 

펜테우스는 흥분하여 성문들을 모두 잠그라고 명령하려고 하였고, 디오뉘소스는 달아나지 않겠으니, 산에서 내려오는 사자에게 소식을 들어볼 것을 권유합니다. 

사자는 키타이론 산에서 벌어진 여인들의 행동에 대해 말합니다. 여인들은 맨손으로 짐승들을 찢어 죽이는가 하면 아이들을 약탈하기도 했다고 전합니다.   

박코스 축제 행렬(대영박물관, 런던)

마을 남자들이 화가 나 청동 날이 박힌 창을 던져도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여자들이 손에서 튀르소스를 던지자 도망을 쳤다고도 했습니다.     

*튀르소스는 손잡이에 솔방울이 달리고 담쟁이덩굴과 포도덩굴이 감긴 지팡이로, 디오뉘소스 신의 숭배자들이 들고 다녔다

       

디오뉘소스

사자  (생략) 그 신이 누구시든 간에 이 도시에 받아들이소서. 주인님! 그분은 다른 여러 가지 점에서도 위대하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분이 바로 고통을 멎게 해주는 포도나무를 인간들에게 주었다고 하더이다. 인간들에게 포도주가 없다면 사랑의 기쁨도, 그 밖에 다른 즐거움도 없어지고 말 것이옵니다.       

그러나 펜테우스는 여자들에게 망신을 당한 것을 참을 수 없다며 군사들을 무장시킵니다. 펜테우스의 행동에 디오뉘소스가 무기를 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경고합니다. 

펜테우스  설교하지 마! 자네는 파옥한 주제에 그 자유나 잘 지켜. 아니면 내가 자네를 재차 처벌하기를 바라는가?

디오뉘소스  나 같으면 차라리 그분께 제물을 바치지, 화가 나 한낱 인간인 주제에 신에 대항해 몰이 막대기를 발로 차지 않겠소.

펜테우스는 디오뉘소스가 직접 현장을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고, 펜테우스는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러겠다고 합니다. 디오뉘소스는 여자들에게 찢겨져 죽고 싶지 않으면 여장을 해야한다고 하였고, 펜테우스는 순순히 따릅니다.

산에서 몰래 여인들을 훔쳐보던 펜테우스는 여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우뚝한 전나무 위에서 본다면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디오뉘소스는 전나무 가지를 잡아당겨 활처럼 구부려서 그 위에 펜테우스를 앉히고 가지에서 서서히 힘을 빼면서 펜테우스를 높은 데까지 올려주고 나서 사라져버립니다. 

잠시 후, 여인들에게 자신의 축제를 웃음거리로 만든 자를 데려왔으니 복수하라는 디오뉘소스의 음성이 하늘에서 들려옵니다.       

전나무에서 펜테우스를 발견한 여인들은 돌과 튀르소스를 던지며 공격했지만 소용이 없자, 모두 덤벼들어 전나무를 땅바닥에서 뽑아내버렸고 펜테우스는 땅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펜테우스에게 맨 먼저 달려든 것은 그의 어머니인 아가우에였습니다. 펜테우스는 머리띠를 벗어던지고 자신이 아가우에의 아들 펜테우스라고 호소했으나, 그녀는 박코스에 씌여 듣지 못합니다. 결국 펜테우스는 자신의 어머니를 시작으로 여인들에게 사지를 찢기고 맙니다. 그의 머리는, 그의 어머니가 사자의 머리인 줄 알고 튀르소스에 꽂고 다닙니다.               

아가우에는 광기에 사로잡혀 자신이 꽂고 다니는 머리가 사자의 머리인 줄 알고 의기양양해 하였고, 아들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들떠있습니다.       

카드모스는 자신의 딸의 소행을 들어 알게 되었고, 딸을 만나 딸의 손에 들려있는 손자 펜테우스의 머리를 보고 망연자실합니다. 

카드모스를 만나 정신을 차리게 된 아가우에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아들의 머리를 보고는 엄청난 고통에 괴로워합니다. 

아가우에는 자신이 자매들과 미쳐서 박코스 축제에 간 것이며, 펜테우스를 죽인 것은 디오뉘소스가 안겨준 파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가우에  내 어리석음 때문에 왜 펜테우스가 당해야 하나요?

카드모스  그 애는 너희들을 닮아 신을 존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분이 너희들과 그 애를 일격에 모두 넘어뜨리고 이 집과 나를 파괴해버리신 것이다.  (생략)

이때 신의 모습으로 나타난 디오뉘소스는 펜테우스가 당한 것은 당연지사이며, 테바이인들은 이민족에게 쫓겨 여러 도시를 전전할 것이며, 아가우에 자매들은 도시를 떠나서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카드모스와 그의 부인 하르모니아는 용의 모습으로 바뀔 것이고, 수많은 이민족을 이끌고 여행에 오를 것이며 수많은 도시들을 함락하게 될 것이라는 신탁을 내립니다.               

카드모스  디오뉘소스여, 제발 용서해주소서. 우리가 잘못했나이다.

디오뉘소스  그대들은 너무 늦게 아는구려. 알아야 할 때는 나를 알지 못하더니.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우쭐대지만 , 어떤 일을 당하고나서야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연 인간이 이성적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대사였습니다.

아가우에는 카드모스에게 작별인사를 하였고, 카드모스는 아가우에에게 아리스타이오스의 집(축복받은 자들의 섬)을 찾아가라고 조언합니다. 

아가우에 자매들과 카드모스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퇴장하며 극은 막을 내립니다.

Ttriumph of bacchus

 

[천병희 선생님의 해설]

이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신과 그 적대자라는 대립구도를 견지함으로써 구성의 통일을 이루고 있으며, 그의 후기 드라마에서 비극적 대립이 이토록 순수하게 형상화된 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에우리피데스의 드라마 가운데 이만큼 해석하기 어려운 작품도 없을 것이다. 회의주의적 태도를 견지해온 작가 이 드라마에서 강력한 디오뉘소스 신의 부름 앞에 전통적 신앙으로 개종한 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에우리피데스야말로 펜테우스처럼 이성의 기치 아래 허황된 미신과 끝까지 싸운 투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오늘날에는 극단적인 해석보다는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에우리피데스가 디오뉘소스적 현상과 씨름하여 얻은 결실일 뿐 개종도 항의도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평화와 폭동, 미소 짓는 우아함과 악마적인 파괴라는 양극성 때문에 에우리피데스는 디오뉘소스적 요소를 자연의 거울로, 아니 삶 그 자체의 거울로 여겼던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이 겪는 모든 희노애락이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의 생명 또한 자연의 일부일 뿐, 신을 포함한 자연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비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