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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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저서 읽기/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

헤라클레스(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헤라클레스(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작품소개

헤라클레스가 마지막으로 열두 번째 고역을 완수하려고 저승의 출입문을 지키는 괴물 개 케르베로스를 끌고 오기 위해 저승에 내려가 그곳에 오래 지체하는 동안, 뤼코스가 테바이인들의 한 당파의 지지를 받아 헤라클레스의 아내 메가라의 아버지인 테바이 왕 크레온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다. 뤼코스는 후환을 없애겠다며 헤라클레스의 아내 메가라와 그의 세 아들과 이제는 노인이 다 된 그의 아버지 암피트뤼온을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이들은 제우스의 제단으로 피신하지만 뤼코스가 그곳에서 불태워 죽이겠다고 위협하자 죽음을 각오한다. 바로 그때 헤라클레스가 돌아와 가족들을 구하고 뤼코스를 죽인다. 그러나 남편이 외도해서 낳은 자식이라 해서 헤라클레스를 집요하게 괴롭히던 헤라 여신이 광기의 여신 륏사를 보내 미치게 하자 헤라클레스는 정신착란을 일으켜 처자를 모두 죽인다. 헤라클레스가 제정신이 돌아와 절망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그가 저승에 갔을 때 그곳에 묶여 있는 것을 풀어준 적이 있는 친구 테세우스가 나타나 그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죄에서 정화해주려고 아테나이로 그를 데려간다. 

등장인물


암피트뤼온 헤라클레스의 인간 아버지
메가라  헤라클레스의 아내
코로스  테바이 노인들로 구성된
뤼코스  테바이의 폭군
헤라클레스 제우스와 알크메네의 아들
이리스 신들의 여사자
륏사 광기의 여신
사자
테세우스  아테나이 왕

그 밖에 헤라클레스의 세 아들  

장소 테바이에 있는 헤라클레스의 집 앞에 구원자 제우스 제단이 있고, 그 계단에는 암피트뤼온과 메가라와 헤라클레스의 세 아들이 탄원자로 앉아 있다. 

암피트뤼온은 자신은 헤라클레스의 아버지로서 헤라클레스의 아들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막기위해 며느리 메가라와 함께 구원자 제우스 제단에 와 있다고 말합니다.
대사에서 암피트뤼온이 자신은 제우스와 아내를 공유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제우스가 암피트뤼온이 원정을 갔을 때 암피트뤼온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에게 접근하였고, 알크메네는 임신하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암피트뤼온은 원정에서 돌아왔고 알크메네는 쌍둥이 아들을 잉태하게 됩니다. 제우스의 아들은 헤라클레스이고, 암피트뤼온의 아들은 이피클레스입니다.
메가라는 시아버지 암피트뤼온에게 아이들이 아버지 헤라클레스가 언제 오느냐고 물으며 찾고 있다고 전합니다. 또한 파수병들 때문에 국경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암피트뤼온의 생각을 묻습니다.

암피트뤼온  (중략) 그러니 너는 진정하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애들의 눈물을 그치게 하고, 이야기로 애들을 달래도록 하라. 속인다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그래도 속이려무나. 인간들의 불행도 지치기 마련이고, 폭풍의 입김도 언제까지 기승을 부리지 못한다. 행복한 자들도 끝까지 행복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다른 것에 자리를 내주기 마련이니까. 가장 용감한 자는 시종일관 희망을 믿는 자며, 절망은 비겁자나 하는 짓이지.

고난에 당당히 맞서서 극복하고 희망을 믿는 자세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언인 것 같습니다.

그 때 폭군 뤼코스가 나타나서 헤라클레스의 업적을 폄하하면서 헤라클레스가 쓰는 활에 대해 수틀리면 달아날 준비가 되어있는 비겁한 자들의 무기라고 비아냥거립니다.
암피트뤼온은 헤라클레스를 폄하하는 뤼코스에게 헤라클레스의 용감함을 입증하기 위해 제우스와 함께 기간테스를 물리친 후 승리의 축제에 타고 갔던 사륜마차와 폴로에의 켄타우로스의 증언을 증거로 제시하겠다고 반박합니다. 그리고 궁술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피력합니다.

암피트뤼온 (중략) 우연에 의존하지 않고 적군에게는 피해를 주면서도 제 몸을 지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전쟁에서 가장 현명한 전술이지요.

암피트뤼온은 뤼카스에게 왕권을 원한다면 자신들을 망명자로서 테바이를 떠나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헬라스(그리스)가 자신들을 돕지 않는 것에 대해 배은망덕하다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는 헤라클라스가 12고역으로 바다와 육지를 정화해준 보답으로 헬라스가 자신들을 구하러 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늙어서 뤼코스를 물리치지 못하는 자신의 노쇠함을 한탄합니다.

뤼코스는 경호원들에게 나뭇꾼들을 시켜 암피트뤼온 일행을 화장시키기 위한 통나무를 운반해오게 하고, 암피트뤼온의 편을 드는 노인들(코로스)에게도 협박을 합니다.

코로스장  (중략) 이 나라를 망친 그대는 이 나라를 차지했지만 그분은 이 나라에 도움을 주고도 마땅한 보답을 받지 못했소. 하거늘 친구들의 도움이 가장 필요할 때 내가 죽은 친구들을 도와주려 하기로서니, 그게 어디 참견인가요?(중략)
 
메가라는 코로스에게 자신들을 편들다가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합니다. 또한 불에 타죽어 적에게 웃음거리가 되느니 당당하게 죽음을 택하자고 암피트뤼온에게 제안합니다. 암피트뤼온은 메가라의 제안을 받아들여 뤼코스에게 부탁을 합니다. 

암피트뤼온  (중략) 나와 여기 이 불쌍한 애 어미를 먼저 죽여주시오. 애들이 마지막 숨을 헐떡거리며 어미와 할아비를 소리쳐 부르는 끔찍한 광경을 우리가 보지 않도록 말이오.(중략)

메가라 청컨데, 그대는 호의를 베푸시는 김에 하나만 더 베풀어주세요. 그러시면 그대는 혼자서 두 사람에게 도움을 주시는 거예요. 내가 애들에게 죽음을 위해 성장(얼굴과 몸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하게 해주세요. (중략)

뤼코스는 메가라의 부탁을 받아들여 성장을 할 수 있게 허락합니다.
암피트뤼온은 헤라클레스의 공동 아버지로서 자신들을 구해주지 않는 제우스를 원망합니다.
사람들은 헤라클레스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암피트뤼온 일행은 자신들을 구해 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헤라클레스가 에우뤼스테우스의 12고역 중 지하의 케르베로스를 끌고 오는 고역을 하러 저승에 내려갔는데, 헤라클레스가 오랜 시간 저승에서 돌아오지 않자 죽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로스들은 헤라클레스의 12고역을 노래합니다. 헤라클레스의 12고역은 1)네메아의 사자를 없애는 것 2)켄타우로스들을 죽이는 것 3)아르테미스의 암사슴을 죽이는 것 4)디오메데스 왕의 인육을 먹는 암말들을 길들이는 것 5)델포이로 가던 순례자들을 박해한 노상강도 퀴크노스를 죽이는 것 6)대지의 서쪽 끝에서 헤스페리데스 요정들이 용과 함께 지키고 있던 황금 사과들을 따 오는 것 7)바다의 괴물을 소탕하여 안전한 뱃길을 여는 것 9)그리스 원정대를 이끌고 가서 아마조네스족 여왕 힙폴뤼테의 허리띠를 가져오는 것 10)머리가 많이 달린 레르나의 괴사 휘드라를 죽이고, 그 독으로 독화살을 만드는 것 11)독화살로 몸이 셋인 거한 게뤼온을 죽이고 그의 소 떼를 몰고 오는 것 12)괴물 개 케르베로스를 끌고 오려고 하데스로 내려가는 것인데, 문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헤라클레스의 12고역

코로스(종가)  내가 젊을 때처럼 힘이 있어 다른 카드모스의 자손들과 함께 창을 휘두를 수 있다면, 나는 이 애들을 힘으로 지켜주었으련만, 하나 나는 지금 행복한 청년 시절에서 멀리 떨어져 있소이다.

메가라  자, 누가 사제인가요? 누가 이 가련한 목숨들을 도륙할 건가요? [불쌍한 내 목숨을 끊을 건가요?](중략) 아아, 너희들 가운데 누구를 맨 먼저, 누구를 맨 나중에 가슴에 안아줄까? 너희들 가운데 누구에게 입맞춰줄까? 누르스름한 날개의 벌처럼, 너희들 모두에게서 슬픔을 모아 한 방울 눈물로 농축시켜 되돌려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중략)

암피트뤼온  (코로스에게) 노인장들, 인생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오. 되도록 인생을 즐겁게 보내도록 하시오. 아침부터 밤까지 고통을 피하면서. 시간은 우리의 소망 따위엔 관심도 없으며, 자기 일에만 열중하다가 날아가버리지요.(중략) 큰 재산과 명성, 어느 누가 이런 것들을 안전하게 지닐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하오. 잘 있으시오!

그때 멀리서 헤라클레스가 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헤라클레스는 아이들이 죽음을 위해 성장을 하고 있는 것과 자신의 아버지 암피트뤼온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무슨 불상사가 생겼는지 물어봅니다.
메가라는 헤라클레스에게 자신의 오라비와 아버지가 뤼코스에게 죽임을 당하였고, 그가 테바이 왕권을 가로챘다고 말합니다.
헤라클레스는 도와줄 친구들이 그렇게도 업었냐고 물었고, 메가라는 불운해지면 친구도 떨어지는 법이라고 하소연합니다.
헤라클레스는 울분을 토하며 뤼코스와 배반한 자들을 응징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분노합니다.
암피트뤼온은 헤라클레스에게 저승에 갔다온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고, 헤라클레스는 머리가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를 지상으로 데리고 오려고 갔었고, 케르베로스는 데메테르의 여신의 임원에 데려다 놓았다고 말합니다.
암피트뤼온은 지하에서 왜 그렇게 오래 있었는지를 궁금해했고, 헤라클레스는 망각의 의자에 앉아있던 테세우스를 데려오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답합니다. 

그 때 암피트뤼온 일행을 죽이려고 뤼코스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돌아옵니다.
뤼코스는 메가라와 헤라클레스 아이들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고, 암피트뤼온은 메가라가 집안에서 죽은 남편을 부르고 있다고 답합니다. 
뤼코스는 암피트뤼온에게 메가라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했으나. 암피트뤼온은 뤼코스가 집 안에 숨어있는 헤라클레스에게 죽기를 바랐기 때문에 핑계를 대며 집 안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합니다. 뤼코스는 직접 경호원들을 데리고 메가라와 아이들을 데리러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암피트뤼온은 헤라클레스에게 죽게 될 뤼코스를 생각하며 즐거워합니다.

코로스장  이제 드디어 그대는 그대보다 나은 이들을 모욕한 죗값을 죽음으로 갚게 되리라.

뤼코스  (집안에서) 어이구, 사람 살려!

코로스장  노인들이여, 그 불경한 자는 죽었소. 집 안이 조용하오. 우리 춤추기 시작해요.

코로스 (우2)  신들께서는, 신들께서는 불의한 자들도, 경건한 자들도 유심히 지켜보신다네. 황금과 성공은 인간들을 현혹하여 불의한 권력으로 유인한다네. 법을 어기고 불의를 탐닉하는 자는 누구도 감히 다가올 미래를 쳐다보지 못하니, 그의 먹구름에 싸인, 행운의 마차는 부서지고 만다네.

사람들이 기뻐할 때 지붕 위에서 이리스와 륏사가 나타납니다.
이리스는 자신은 헤라의 뜻을 이루기 위해 왔다고 합니다.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제 자식을 죽임으로써 친족의 피로 더럽혀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제우스와 알크메네의 불륜으로 낳은 자식이라 계속 헤라클레스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결국 륏사는 헤라클레스를 미치게 합니다.

코로스 오오, 제우스시여, 이제 곧 광란하고, 날고기를 먹고, 불의한 복수의 여신들이 그대의 아들을 비참하게 쓰러뜨려 무자식이 되게 할 것이옵니다. 

암피트뤼온  (집 안에서) 얘들아, 도망쳐라! 여기서 나가거라!

헤라클레스는 광기에 사로잡혀 자신의 아들들을 에우뤼스테우스의 아들로 착각하여 첫째 아들은 화살로 쏘아 죽였고,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둘째 아들은 몽둥이로 머리를 쳐서 죽였고, 셋째 아들은 보호하고 있는 메가라와 함께 활로 쏘아 죽이게 됩니다.

아들을 죽이는 미친 헤라클레스와 놀란 메가라(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미술과,BC 350~320년경)

그 때 아테네가 나타나 헤라클레스의 가슴에 돌덩이를 던져 제압하였고, 헤라클레스는 잠이 들게 됩니다. 사람들은 잠이 든 헤라클레스를 기둥에 밧줄로 꽁꽁 묶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헤라클레스는 정신이 돌아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버지 암피트뤼온에게 왜 울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암피트뤼온에게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들은 헤라클레스는 괴로워 자살을 생각합니다. 헤라클레스는 불로 자신의 몸을 태워 삶을 끝내고 싶다고 말합니다. 헤라클레스는 이후에 다른 비극에서 고통으로 인하여 스스로 화장을 선택하여 죽게 됩니다. 비극에서는 복선을 많이 이용하는데 대부분 복선이 알려 준대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때 헤라클레스가 저승에서 구해주었던 테세우스가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운 헤라클레스는 외투를 머리에 뒤집어씁니다.
테세우스는 암피트뤼온에게 자신은 뤼코스를 무찌르는 일에 헤라클레스를 돕기 위해 무장한 젊은이들을 데리고 아테나이에서 왔다고 말합니다. 테세우스는 시신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너무 늦게 온 것이 아니냐고 안타까워합니다.
암피트뤼온이 테세우스에게 헤라클레스에게 있었던 일을 전했더니, 테세우스는 헤라가 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테세우스는 암피트뤼온에게 외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외투를 벗기라고 부탁합니다.

테세우스  (중략) 자네와 고통을 함께한다면 아무려면 어떤가, 나는 자네 덕에 행복한 적이 있었는데. 자네는 나를 사자(死者)들 사이에서 햇빛으로 무사히 데려다주었을 때 말일세. 세월이 가면 시들 수 있는 우정이나, 친구와 성공은 함께하되 폭풍이 불면 함께 항해하려 하지 않는 자를 나는 싫어하네.(중략)

테세우스는 자살을 생각하는 헤라클레스를 일깨우고 헤라클레스와 함께 아테나이로 떠납니다.
헤라클레스는 아버지 암피트뤼온에게  아이들과 아내 메가라의 장례를 부탁하고 나중에 아버지를 모시러 오겠다고 약속합니다.

헤라클레스  [제가 아버지를 테바이에서 아테나이로 모셔 갈 거예요.] 그러니 괴로우시더라도 아이들을 땅에 묻어주세요.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내 집을 쑥대밭으로 만든 저는 몰락하여 밧줄에 매인 작은 배처럼 테세우스를 따라가겠어요. 좋은 친구보다 부나 권력을 얻기를 바라는 자는 누구나 다 바보지요.

테세우스는 우리가 말하는 이상적인 우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헤라클레스가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아테나이로 데리고 가서 터전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헤라클레스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고 동정하였으며, 자살하려는 그를 일깨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습니다. 어려울 때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는 말은 이 비극을 통해서도 잘 나타내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진정한 친구를 두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친구 중에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때 내 손을 잡아 줄 친구는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