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렉트라(에우리피데스, 천병희 옮김)
작품소개
엘렉트라는 영락한 귀족의 아내로서 시골에서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고, 아이기스토스는 인심 좋은 주인으로서 자기를 죽이게 될 손님들을 거리낌없이 식사에 초대하고, 클뤼타이네스트라는 남편을 죽인 것을 후회하고는 딸과 화해하기를 바라는 심약한 부인으로 나오는 등 이 비극은 일상의 지평에서 사건이 전개된다는 점에서 소포클레스의 동명의 비극에 비해 '비영웅적' 또는 '탈영웅적'이라 할 수 있다. 오레스테스가 엘렉트라의 독촉에 마지못해 어머니를 죽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행위에 회의를 느끼고 있고, 드라마의 끝부분에서 디오스쿠로이들이 어머니를 죽이라는 아폴론의 명령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평하고 있는 만큼,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를 죽이는 행위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소포클레스의 드라마와 에우리피데스의 드라마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 공연되었느냐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른바 '발견'장면에서 엘렉트라가 아이스퀼로스의 같은 내용의 비극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에 나오는 발견 근거들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우리피데스의 드라마가 발표되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소포클레스의 드라마가 발표되지 않았나 싶다.
등장인물
농부 엘렉트라의 남편
엘렉트라 아가멤논과 클뤼타이메스트라의 딸
오레스테스 엘렉트라의 오라비
퓔라데스 오레스테스의 친구
코로스 아르고스의 여인들로 구성된
노인 선왕 아가멤논의 가정교사
사자 오레스테스의 하인
클뤼타이메스트라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의 어머니
디오스쿠로이들 제우스의 아들들, 클뤼타이메스트라의 오라비들
장소 해뜨기 직전, 아르고스의 먼 변경에 있는 농가.
극이 시작되면 농부가 걸어나오며 자신이 엘렉트라와 결혼하게 된 경위를 말합니다. 트로이 원정의 총사령관이었던 아가멤논은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살해되었고, 아르고스는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의 자식들이 복수할까봐 두려워 피신한 오레스테스를 찾는데는 상금으로 황금을 내걸었고, 아이기스토스가 엘렉트라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클뤼타이네스트라의 만류로 엘렉트라는 목숨을 구하게 되었지만 힘없는 자신과 같은 농부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농부는 자신은 엘렉트라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고 엘렉트라는 숫처녀라고 합니다.
농부 (중략) 하지만 내가 젊은 여인을 집에 데려다놓고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바보라고 말하는 자는 알아두시오. 그는 잘못된 잣대로 도덕을 재고 있으며, 그 자신도 잘못된 사람이란 것을!
엘렉트라는 물동이를 이고 오두막에서 나오며 자신의 어머니 클뤼타이메스트라가 아이기스토스와 결혼하여 다른 자식들을 낳아서 자신과 동생 오레스테스는 객식구 취급을 한다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농부는 엘렉트라가 일을 하지 못하게 하지만 엘렉트라는 농부를 돕기 위해 집안 일은 자신이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농부 (중략) 노력은 않고 입으로만 신들을 뇌는 게으름뱅이는 살림을 모으지 못하는 법이지요.
한편 오레스테스는 절친 퓔라데스와 함께 아르고스에 도착했고, 아버지 아가멤논의 원수를 갚으려 합니다.
오레스테스는 복수를 하기위해 누이의 도움을 받으려고 누이 엘렉트라를 찾으려고 합니다.
둘은 물동이를 이고 오는 엘렉트라를 발견하고 덤불 속에 숨습니다. 엘렉트라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코로스(우2) 아버지께서는 더없이 비참한 죽음의 침상에서 옥체에 마지막 목욕을 하셨나이다. 아아, 슬프고 슬프도다! 잔혹하도다, 아버지를 내리친 도끼는, 잔혹하도다, 트로이아 원정에서 귀향하신 아버지를 반기지 않았나이다. 아니, 그녀는 아이기스토스의 쌍날칼로 아버지를 가련한 제물로 만들고 나서 음흉한 정부(情夫)를 얻었나이다!
이때 코로스가 등장하며 엘렉트라에게 사흘째 되는 날 축제를 개최한다고 처녀들은 모두 헤라의 신전으로 가야 한다고 전합니다.
엘렉트라는 한 때 공주였던 자신의 머리와 해진 옷들을 보여주며 헤라의 신전에 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합니다. 코로스들은 고운 옷과 장신구를 빌려 줄테니, 헤라 여신을 공경하기 위해서 축제에 참석할 것을 권유합니다.
그 때 덤불 속에서 오레스테스 일행이 나오자 놀란 엘렉트라는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오레스테스 게, 서시오, 가련한 여인이여! 내 손 앞에서 떨지 마시오!
놀란 엘렉트라는 오레스테스에게 살려달라고 빕니다. 오레스테스는 어렸을 때 피신했기 때문에 성인된 오레스테스를 알아보지 못 하고 있습니다.
오레스테스는 엘렉트라에게 자신이 오레스테스라는 사실을 숨기고, 오라비 오레스테스의 소식을 갖고 왔다고 말합니다.
엘렉트라는 반가운 마음으로 오레스테스와 대화를 이어갑니다. 엘렉트라는 자신이 농부와 결혼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였고, 농부의 고결한 품성을 칭찬합니다.
오레스테스는 엘렉트라에게 오라비가 돌아오면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와 정부를 죽일 계획이냐고 물었고, 엘렉트라는 아버지를 죽인 도끼로 죽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레스테스가 살해된 아가멤논의 무덤은 지어드렸냐고 물자, 엘렉트라는 그의 시신이 집 밖에 내던져졌다고 말합니다.
오레스테스는 엘렉트라에게 오라비에게 전해줄테니 그 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달라고손 하였고 엘렉트라는 자신의 어머니 클뤼타이메스트라는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으나, 아버지 아가멤논의 무덤에는 참배하는 이가 아무도 없고 자신은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그녀는 또 아이기스토스가 아가멤논의 무덤 위를 뛰어다니며 모욕하고, 잘난 아들 오레스테스는 어디 있냐고 비아냥거렸다고 전합니다.
그 때 엘렉트라의 남편인 농부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농부는 오레스테스 일행을 집으로 안내했고 정성껏 대접합니다
오레스테스는 인간의 고결함은 지위와 상관없다고 하며 농부의 인품을 높이 삽니다. 엘렉트라는 손님접대를 위해 농부에게 어린 오레스테스를 구해주었던 늙은 하인에게 가서 오레스테스가 살아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손님들을 위해 접대할 음식을 가져오라는 부탁을 합니다.
농부는 엘렉트라의 부탁을 전하러 떠나면서 우선 손님들을 위해 집안에 있는 것을 이용해 음식을 장만하게 합니다.
엘렉트라의 부탁을 전해들은 노인은 노구를 이끌고 새끼 양 한마리와 치즈와 포도주를 가지고 옵니다.
노인은 오던 길에 아가멤논의 무덤에 제주를 부어드리고 무덤에 도금양 가지를 걸어두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무덤에서 제물로 바친 털 검은 양과 금발에서 잘라낸 머리털(애도의 의미)을 보았다고 전합니다.
노인은 오레스테스가 온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지만, 엘렉트라는 노인의 추측을 믿지 않습니다.
오레스테스를 직접 본 노인은 엘렉트라에게 지금 보는 사람이 엘렉트라의 오라비인 오레스테스라고 말합니다. 그는 그 증거로 눈썹에 나 있는 흉터를 제시합니다. 그 흉터는 어레스테스가 노루를 쫓다가 넘어져서 생긴 흉터라고 합니다. 드디어 오레스테스라고 확신한 엘렉트라는 오레스테스와 포옹합니다.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위해 아르고스에 자신을 도와줄 친구들이 있는지 노인에게 물어봅니다.
노인 도련님, 불운한 도련님에게 친구라고는 아무도 없어요.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함께 할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횡재나 다름없지요. 하지만 도련님의 친구들에게 도련님은 완전히 몰락한 사람이며, 그들 마음속에 어떤 성공의 희망도 남겨놓지 않았어요. 그러니 내 말 들으세요. 도련님이 아버지의 집과 도시를 얻고자 하신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도련님의 손과 행운에 달려 있어요.
노인은 오레스테스에게 성벽 안으로 들어가면 위험하니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면서, 아이기스토스가 가까운 목장에서 요정들을 위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으니 그곳에 방문한다면 아이기스토스가 식사에 초대할 것이고, 그 때 아이기스토스를 없애라고 조언합니다.
오레스테스는 노인에게 클뤼타이메스트라도 잔치에 갔느냐고 물었고, 노인은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시민들의 이목때문에 아이기스토스와 같이 출발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엘렉트라는 자신이 어머니 클뤼타이메스트라에게 사람을 보내 아기를 출산한지 열흘째라고 전했기 때문에 자신의 집을 방문할 것이고,그 때 그녀를 죽일 것이라고 합니다.
엘렉트라는 만약 오레스테스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는 것을 실패하면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말합니다.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승전보를 알리는 사자가 도착하지 않자 엘렉트라는 오레스테스가 실패한 줄 알고 죽으려고 합니다.
그때 사자가 나타나 오레스테스의 승전보를 전합니다.
엘렉트라는 오레스테스가 어떻게 아이기스토스를 죽였는지 물어봅니다. 오레스테스가 아이기스토스에게 자신을 텟살리아인이라고 소개하자, 아이기스토스는 텟살리아인이라면 황소를 솜씨있게 해체할 줄 알 것이라고 하면서 오레스테스에게 칼을 주며 황소를 해체하게 합니다. 아이기스토스는 오레스테스가 해체한 제물의 내장을 보며 점을 보다가 오레스테스의 칼에 맞아 죽었다고 전합니다.
그 광경을 본 하인들이 오레스테스와 퓔라데스에게 달려들었으나 둘은 용감히 맞섰고, 오레스테스가 하인들에게 자신이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임을 밝히자, 하인 중 한 노인이 그를 알아보았고, 하인들은 기뻐하였다고 합니다.
엘렉트라는 오레스테스와 퓔라데스에게 승리의 화관을 줍니다.
오레스테스는 엘렉트라에게 아이기스토스의 시신을 보여주며 엘렉트라의 처분에 맡깁니다.
엘렉트라는 아이기스토스의 시신을 노려보며 가슴에 맺힌 말을 뱉어냅니다.
엘렉트라 (중략) 그러나 돈은 아무것도 아니며, 잠시 우리 곁에 머물 뿐이야.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타고난 인품이지 돈이 아니야. 타고난 인품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물며 고난을 이겨내지만, 바보들의 수중에 들어간 부정한 부는 잠시 꽃피었다가 집에서 날아가버리기 때문이지.(중략) 이와 같이 누구든 악행을 저지르고 성공적으로 출발선을 떠났다고 해서 정의의 여신을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결승선에 다가가 인생의 종말에 이르기 전에는.
코로스장 이자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고, 그대와 여기 이분에게서 끔찍한 벌을 받았군요. 역시 정의의 여신의 힘은 위대해요.
엘렉트라는 어머니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죽이기 위해 아이기스토스의 시신을 숨깁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트로이에서 노예로 오게된 트로이 여인들의 수행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립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엘렉트라에게 아가멤논이 아울리스항에서 바람이 불지 않아 그리스군이 출항을 할 수 없게 되자, 예언자 칼카스의 말에 따라 그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 것을 말하면서 자신이 아가멤논을 죽인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귀향했을 때 트로이 여인 캇산드라를 첩으로 데리고 온 것도 비난합니다.
희생당하는 이피게네이아-ATTRIBUÉ À THOMAS BLANCHET (1614-1689)
엘렉트라 (중략) 어머니는 딸이 제물로 죽기 전부터 남편이 집을 비우자마자 거울 앞에서 금발머리를 손질하곤 했지요. 하지만 남편이 없는데도 집 밖에서 예뻐 보이려는 아내는 나쁜 아내로 치부해두세요!(중략) 어머니는 트로이가 이기면 기뻐하고, 트로이가 지면 눈에 수심이 가득했다는 것을! 아가멤논께서 트로이아에서 돌아오시는 것을 어머니는 원치 않았던 거예요.(중략)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어머니의 딸(이피게네이아)을 죽이셨다고 말하는데, 나와 내 오라비는 어머니에게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지요? 어째서 어머니는 남편을 죽인 뒤 우리에게 선조들의 집을 주지 않고, 우리 유산으로 외간남자를 침상으로 끌어들여 돈을 주고 남편을 샀지요?(중략)
클뤼타이메스트라는 딸 엘렉트라와 언쟁을 벌이다가 왜 자신을 불렀냐고 물어봅니다. 엘렉트라는 해산한 지 열흘 째되는 자신을 위해 제물을 바쳐달라는 거짓부탁을 하였고, 그녀는 마지못해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엘레트라의 집으로 들어간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자식들의 손에 죽임을 당합니다.
클뤼타이메스트라를 죽이는 오레스테스 (Bernardino Mei,1655 년)
오레스테스 이 옷을 받아 어머니의 육신을 싸고 상처들을 덮어주세요.(죽은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어머니의 살해자들을 낳으셨어요.
엘렉트라 보세요, 사랑하면서도 사랑할 수 없었던 어머니에게 우리가 이 겉옷을 입혀드리고 있어요. 이 가문의 재앙도 종말을 고하는구나!
그때 지붕 위에서 어머니 클뤼타이메스트라의 죽은 쌍둥이 오라비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가 나타납니다.
카스토르 (중략) 그녀가 벌 받는 것은 정당하나 그대의 행위도 옳지 못하니라.(중략) 엘레트라는 퓔라데스에게 아내로 주어 집으로 데려가게 하고, 그대는 아르고스를 떠나라.(중략)
카스토르는 오레스테스가 복수의 여신들의 괴롭힘을 당하여 광기 속에서 객지를 떠돌 것인데, 아테나이에 가서 아테나 여신상을 안으면 아테나 여신이 복수의 여신들을 막아줄 것이며, 아레스 언덕이라는 곳에서 살인죄로 재판을 받게 될 것인데, 투표가 찬반 동수가 되어 사형을 면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 투표가 찬반 동수일 경우 피고인은 무죄라는 법이 세워질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또한 그는 오레스테스에게 아르카디아 지방의 도시에서 살라고 하였고, 그 도시는 오레스테스의 이름을 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이기스토스의 시신은 아르고스인들이 묻어줄 것이고, 클뤼타이메스트라의 시신은 메넬라오스와 헬레네가 묻어줄 것이라고 합니다. 헬레네와 클뤼타이메스트라는 자매지간입니다. 카스트로는 헬레네는 트로이에 간 적이 없고, 트로이아에 있었던 헬레네는 허상이었다는 말도 합니다.
여기서 에우리피데스는 헬레네가 처음부터 트로이에 간 적이 없다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펠레폰네소스 전쟁 중에 아테나이와 우방 도시국가였던 아르고스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펠레폰네소스전쟁은 기원전 431년에서 404년까지,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네 주도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 주도의 펠레폰네소스 동맹 사이에 일어난 전쟁입니다. 엘렉트라가 씌여진 시기는 기원전 422년과 417년 사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비극이 공연된 시기는 펠레폰네소스 전쟁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르고스는 아테네동맹국가였기 때문에 에우리피데스 입장에서도 전쟁 중에 우방국가에 불리한 내용을 넣어서 자극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에우리피데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국가가 전쟁에서 이기기를 바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른 비극에서 헬레네를 정숙하지 못한 이미지나 악녀의 이미지로 나타낸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간이 환경에 영향을 받듯 문학도 역사의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카스토르가 말하기를, 엘렉트라는 퓔라데스와 함께 포키스 땅으로 가라고 했고, 오레스테스에게는 아테나이로 가라고 했기 때문에 두 남매는 이별의 아픔을 뒤로 하고 헤어지게 됩니다.
코로스 안녕히들 가세요! 안녕할 수 있고, 어떤 불운도 당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복 받은 사람이에요.
다음은 아가멤논 일가의 불행을 표현하는 비극작가들의 시선을 천병희 선생님의 해설로 알아보겠습니다.
아이스퀼로스는 오레스테스의 행위를 대대로 이어지는 죄와 벌의 관계에서 보고는 그것을 폴리스의 새 질서 속에 투영했고, 소포클레스는 모친 살해의 윤리적 문제는 차치하고 엘렉트라라는 한 위대한 영혼이 온갖 시련 속에서도 자기주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에우리피데스는 악연으로 인한 원한과 증오심에서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러놓고 그 무게에 짓눌리고 마는 두 인간의 운명을 형상화하고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에서는 새로운 비판을 감당할 수 없는 신화와 전설의 모티브 못지않게 고난과 절망과 분노라는 인간의 내면적 모티브들이 사건 진행의 중요한 동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화와 전설에서 취재하면서도 새로운 가치관에 따라 그것들에 비판을 가하는 에우리피데스만의 태도는 이 드라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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