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제22권_ 헥토르의 죽음
22권은 일리아스에서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헥토르가 죽음으로써 아킬레우스의 분노도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킬레우스에게 쫓기던 트로이 전사들이 트로이 성안으로 들어가 땀을 식히고 숨을 돌리고 있는 동안 그리스 전사들은 트로이 성벽을 향해 접근해옵니다.
그러나 헥토르는 성안에 들어가지 않고 성문 앞에 버티고 서있습니다.
안테노르로 변신해 아킬레우스를 유인했던 아폴론은 아킬레우스에게 자신이 신이고 그를 유인했음을 말합니다.
이에 아킬레우스는 크게 화를 내며 아폴론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복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하고 나서 트로이 도성으로 달려갑니다.
트로이 성벽으로 달려오는 아킬레우스를 본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는 성문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아들 헥토르에게 헥토르보다 더 강한 아킬레우스에게 맞서지 말라고 말합니다.
프리아모스는 또 라오토에가 낳은 아들 뤼카온과 폴뤼도로스가 보이지 않자 그들이 진중에서 살아있다면 청동과 황금을 주고 구해올 수 있지만 죽어서 하데스의 집(저승)에 가 있다면 그들의 어머니인 라토오에와 자신에겐 슬픔만 남게 되리라고 비통해합니다.
그러면서 트로이아인들을 구하고 아킬레우스에게 영광을 주지 않기 위해 성벽 안으로 들어오라고 애원합니다.
그는 트로이가 함락 되었을 때의 불행한 상황들을 그리며 괴로워했으며 전쟁에서 젊은이는 죽음조차 어울리지만 자신처럼 늙은 노인은 죽어서 시신이 개떼에게 욕보이게 된다면 가장 비참한 일일 것이라고 비통해 했으나 헥토르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헥토르의 어머니 헤카베가 어릴 적 헥토르에게 먹였던 젖을 주던 가슴을 풀어헤치며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20권에서 아폴론은 헥토르에게 아킬레우스에게 먼저 싸움을 걸지 말고 기다리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헥토르는 결국 여러 사람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신의 용맹함만을 믿고 결국 죽음의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가 갖는 많은 확신과 신념은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깨닫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 순간은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많은 오류를 안고 있었는지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희생을 치른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 등 깊은 사고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이론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는었는데요. 이것은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선택을 함으로써 다른 더 좋은 선택을 놓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헥토르는 성문 앞에서 아킬레우스를 기다리며 만약에 자신이 성안으로 들어간다면 자신에게 성안에서 그리스 군을 방어하라고 조언한 폴뤼다마스를 떠올리며 그에게 무시당할 것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 그의 조언을 듣지 않은 것을 속으로 후회합니다.
헥토르는 리더로써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결국 위험한 선택을 합니다. 리더의 의견이 최선이 아니며 리더도 언제든 실수 할 수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기업에서도 리더의 일방적인 의견을 실행하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헥토르는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아킬레우스에게 싸움의 발단이었던 헬레네와 그녀가 가지고 온 모든 재물을 돌려주고 트로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물을 양분한다고 제안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으나 아킬레우스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합니다.
심리전에서도 헥토르는 이미 아킬레우스에게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헥토르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혼란한 가운데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향해 창을 휘두르며 돌진해 오자 헥토르는 성문을 뒤로 한 채 달아나기 시작했고 아킬레우스는 그의 뒤를 쫓습니다.
성벽 밑을 쫓고 쫓기는 것을 원전에서는 매가 비둘기를 쫓는 것에 비유합니다.
그들은 스카만드로스의 두 수원이 솟아오르는 곳에 이르렀는데 그 중 하나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더운물이 나온다고 표현되어 있는데 아마 온천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흘러내리는데 그곳 샘물 옆에는 빨래터가 있어서 트로이아 여인들이 평화롭던 시절 빨래를 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평화롭지 않은 상태에서 회상하는 평화롭던 시대는 너무 눈물겹게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빨래터를 지나 경주를 하듯이 빠른 걸음으로 성벽 주위를 세 바퀴나 돌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제우스는 신에게 제물을 잘 바치던 헥토르때문에 마음이 아파합니다. 그러면서 신들에게 헥토르의 운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합니다.
제우스의 말에 아테네가 이미 운명이 결정되어 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냐며 따져묻자 제우스는 아테네의 마음에 좋을 대로 행하라고 하였고 아테네는 그 말을 듣고 올림포스에서 훌쩍 뛰어내립니다.
헥토르는 성벽안쪽으로 돌았고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사들의 공격을 피해 성벽 바깥쪽으로 돌면서 서로 추격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다른 그리스 전사가 헥토르를 공격하지 않도록 신호를 보냅니다. 자신의 손으로 헥토르를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그 둘이 네 번째로 샘물가에 이르렀을 때 제우스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죽음의 운명 두 개를 올려놓았는데 헥토르의 운명의 날이 기울어져 하데스의 집(저승)으로 떨어지자 아폴론은 헥토르의 곁을 떠나고 아테네는 아킬레우스에게 나타납니다.
아테네는 아킬레우스에게 헥토르가 죽음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니 숨을 돌리고 있으면 자신이 헥토르에게 가서 아킬레우스와 싸우도록 설득하겠다고 합니다.
아테네의 말에 아킬레우스는 흐뭇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했고 헥토르의 동생 데이포보스의 모습을 한 아테네는 같이 아킬레우스에게 맞서자고 하였고 자신이 먼저 앞장서 갑니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에게 다가가서 둘 중에 한명이 죽으면 무구만 벗기고 시신은 각자의 진영에 돌려주자는 제의를 합니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제안을 거절하고 창을 던졌으나 헥토르가 피하였고 떨어진 창은 아테네가 다시 주워 아킬레우스에게 돌려줍니다.
이번에는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에게 창을 던졌으나 아킬레우스의 방패 한복판을 맞은 창은 튕겨져 나갔고 다른 창이 없었던 헥토르는 데이포보스에게 창을 달라고 소리쳤으나 그는 없습니다.
데이포보스가 없어진 것을 알고 아테테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 헥토르는 죽음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합니다.
헥토르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후세 사람들도 들어서 알게 될 큰 일을 하고 나서 죽겠다고 다짐합니다.
헥토르는 허리에서 날카로운 칼을 빼어들고 아킬레우스에게 달려들었고 분노에 가득 찬 아킬레우스도 창을 들고 달려듭니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가 파트로클로스에게 빼앗은 무구를 입고 있어서 공격할 곳을 찾지 못했으나 목구멍만은 드러나 있음을 알고 그곳을 창으로 찔렀고 창끝이 목을 뚫고 나갑니다.
죽음을 앞둔 헥토르에게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는 그리스 진영에서 후하게 장례를 치를 것이나 헥토르는 개 떼와 새 떼에 찢겨지게 될 것이라고 악담합니다.
헥토르는 죽어가면서 자신의 시신을 보상을 넉넉히 받고 부모님이 장례를 치르고 화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아킬레우스는 어떤 후한 보상금을 가져온다고 하여도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주지 않을 것이며 개 떼와 새 떼가 뜯어먹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가 죽음의 운명을 맞는 날 자신에게 한 일 때문에 신들의 노여움이 내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를 한 후 숨을 거둡니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죽음은 언제든 받아들이겠다며 헥토르의 시신에서 무구를 벗깁니다. 그리스 전사들은 헥토르의 체격과 당당한 모습을 보고 감탄합니다.
그리스 전사들은 헥토르의 시신을 찌르면서 훼손시킵니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두 발을 가죽 끈으로 묶고 전차에 매달아 머리가 뒤에서 끌려오도록 해놓고 말을 몰아 달리니 헥토르의 머리카락은 먼지투성이가 됩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 헤카베는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통곡합니다.
아들의 죽음도 못 견딜만큼 괴로운데 시신까지 훼손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아무리 아킬레우스가 복수심에 불타고 있더라도 이 장면에 있어서는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프리아모스와 트로이 백성들은 모두 괴로움으로 통곡을 합니다.
어머니 헤카베는 괴로움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으나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아직 헥토르의 죽음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안방에서 꽃무늬 자수를 놓고 있었으며 하녀들에게 헥토르가 싸움에서 돌아오면 씻을 수 있게 물을 데워놓으라고 일러 둡니다.
그러나 성탑에서 들려오는 통곡소리에 놀라 실이 감긴 북을 손에서 떨어뜨렸으며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방을 나섭니다.
안드로마케는 헥토르의 자존심이 그를 끝장내지는 않았는지 걱정합니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자존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이라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반면에 자존심은 자신의 단점은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에 건강한 마음 상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존감이 떨어질수록 자존심이 더 쎄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헥토르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싸움에 있어서는 아킬레우스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아폴론이 시킨 것처럼 일대일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전쟁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위에서도 한 번 언급되었듯이 리더로서의 위신때문에 폴뤼다마스의 현명한 조언을 무시했고 나중에 폴뤼다마스의 조언을 따르자니 자존심때문에 결국 아킬레우스와의 정면승부를 택하고 맙니다. 헥토르도 아킬레우스처럼 이상주의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순간에 오뒷세우스였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헥토르의 죽음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비탄에 빠집니다.
안드로마케는 성탑에서 헥토르의 시신이 끌려가는 것을 보고 정신을 잃습니다.
깨어난 안드로마케는 헥토르 없이 성장해 나갈 아들 아스튀아낙스와 자신이 앞으로 겪게될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비탄에 빠졌고 다른 여인들도 따라서 비탄합니다.
<22권 줄거리>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정면승부를 하게 되었고 제우스가 두 사람의 운명을 저울질하자 헥토르의 운명의 날이 기울어져 저승으로 향하게 됩니다. 프리아모스(헥토르의 아버지)와 헤카베(헥토르의 어머니)가 헥토르에게 트로이성 안으로 들어와 아킬레우스와 맞서라고 하였는데 헥토르는 듣지 않고 정면승부를 합니다. 헥토르는 아테네가 데이포보스의 모습으로 다가온 것을 모르고 데이포보스를 보고 힘을 얻지만 아킬레우스와 일대일로 싸움을 할 때는 사라져버렸고 헥토르는 자신에게 죽음의 운명이 닥쳤음을 예감합니다. 아킬레우스는 결국 헥토르를 죽였으며 분노에 찬 그는 헥토르의 시신의 두 발을 묶고 전차에 매달아 전차를 내달리며 분노를 표출하였고 그 모습을 본 트로이인들은 모두 오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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