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제12권_방벽을 둘러싸고 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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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저서 읽기/일리아스(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숲)

일리아스 제12권_방벽을 둘러싸고 싸우다.

일리아스 제12권_방벽을 둘러싸고 싸우다.

 

일리아스 12권은 그리스군이 트로이군을 방어하기 위해 세운 방벽과 파놓은 호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내용입니다. 트로이군은 이 방벽을 허물려고 하고 그리스군은 이 방벽이 허물어지면 트로이군이 그리스 전함에 불을 지르며 초토화할 것이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방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11권에스는 파트로클로스가 부상당해서 돌아오고 있는 에우뤼퓔로스를 치료해주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의사인 마카온이 부상당하고 또 한명인 포달레이리오스는 전투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파트로클로스가 에우뤼퓔로스를 치료해줍니다.

의사가 두 명 모두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리스군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시간이 얼마 남지않은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가 공격에 가담하는 것과도 비슷한 예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방벽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요. 7권에서도 여기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신들에게 헤카톰베(신에게 바치는 많은 제물)도 바치지 않고 방벽을 쌓아서 포세이돈이 화를 내었고 제우스는 그런 포세이돈에게 트로이군이 패하고 그리스군이 귀향하게 되면 흔적도 없이 강물로 쓸어내려 버리라고 명령했듯이 훗날 포세이돈과 아폴론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방벽을 둘러싸고 두 진영간의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스군은 헥토르에 쫓겨 그리스군의 방벽쪽으로 도주하고 있습니다.

헥토르가 그리스군이 파놓은 호에 도착했을 때 그의 말들이 무서워서 호를 건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때 트로이전사 폴뤼다마스가 헥토르에게 말은 시종들에게 시켜 호 옆에 대기시키고 보병으로 하여금 밀집대형을 이루고 전진하자고 조언하였고 헥토르는 그의 조언에 따릅니다.

트로이군은 다섯 부대로 정렬하여 밀집대형을 이루었고 각 부대의 지휘자들을 따랐습니다.

첫째 부대는 헥토르와 폴뤼다마스, 케브리오네스가 이끄는 부대로 가장 용감하고 수도 가장 많습니다.

둘째 부대는 파리스와 알카토오스, 아게노르가 지휘합니다.

셋째 부대는 트로이왕 프리아모스의 두 아들 헬레노스와 데이포보스 그리고 아시오스가 이끕니다.

넷째 부대는 아이네이아스와 트로이 원로 아게노르의 두 아들 아르켈로스와 아카마스가 지휘합니다.

다섯째 부대는 사르페돈이 글라우코스, 아스테로파이오스와 함께 트로이 동맹군들을 이끕니다.

트로이 전사 모두 폴뤼다마스의 조언에 따라 말을 대기시키고 보병으로 출전했는데, 아시오스만은 말을 끌고 그리스 진영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는 그리스 함선들의 왼쪽을 향해 달려갔는데, 그 곳은 그리스군들이 통행하는 길이었습니다.

 

아시오스의 돌진

 

그곳에는 문이 활짝 열려있었는데 퇴각하는 그리스군들이 그 쪽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오스는 문간에서 그리스 용장 폴뤼포이테스와 레온테우스를 맞딱드립니다.

아시오스부대는 무서운 함성을 지르며 그리스군의 방벽을 향해 곧장 달려갑니다.

방벽위에 있는 그리스 전사들은 전함들을 지키기 위해 돌덩이들을 집어던집니다.

얼마나 열심히 던졌던지 원전에는 돌덩이들이 마치 눈송이처럼 떨어진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아시오스는 그리스 용장 폴뤼포이테스와 레온테우스의 활약에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제우스에게 한탄합니다.

 

폴뤼포이테스와 레온테우스 조각상

 

방벽에는 이곳 저곳에서 무시무시한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그리스 편을 들던 신들도 마음이 아파합니다.

아시오스의 전차 부대는 폴뤼테이테스와 레온테우스에게 죽음을 맞게 되었고, 아시오스 자신도 그리스 용장 이도메네우스의 창에 맞아 죽게 됩니다.

그리스 용장 폴뤼포이테스는 트로이전사 다마소스, 퓔론과 오르메노스를 죽입니다.

그리스 용장 레온테우스는 트로이 전사 안티마코스의 아들 힙포마코스와 안티파테스를 죽이고, 그 다음으로 메논, 이아메노스, 오레스테스를 죽입니다.

헥토르를 따르던 젊은이들이 공격을 주저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왼쪽으로 나는 독수리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왼쪽은 불길한 징조로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 독수리는 시뻘건 뱀을 움켜잡고 있었는데 그 뱀이 독수리의 가슴을 물었고 고통을 느낀 독수리는 뱀을 트로이 전사 무리들 한가운데로 떨어뜨리고 소리 내어 울며 날아갑니다.

 

독수리와 뱀의 사투

 

그 전조를 보고 트로이 전사들은 두려움을 느꼈고 폴뤼다마스는 헥토르에게 트로이 전사들의 많은 죽음을 예견하면서 더 이상 공격하지 말자고 조언합니다.

폴뤼다마스의 조언에 헥토르는 자신은 제우스가 영광을 주기로 했기때문에 새가 나는 방향에 대해서는 신경 안쓴다고 말하면서 전투를 회피하거나 다른 전사들을 동요하게 한다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트로이 전사들은 그리스 진영이 탑의 버핌목들을 지레로 들어 올리려고 했고, 그리스 전사들은 흉벽의 틈을 방패로 메우면서 다가오는 트로이 전사에게 공격을 퍼붓는 등 두 진영 간의 치열한 전쟁은 계속됩니다.

이때 그리스 용장 두아이아스는 탑들 위를 돌아다니며 전사들의 싸움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제우스는 트로이 동맹군을 이끌고 있는 사르페돈을 격려합니다. 사르페돈은 트로이 동맹군으로서 전투에 참여합니다. 그는 동료 글라우코스에게 자신들이 뤼키아에서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많은 혜택을 받는 만큼 그에 걸맞게 전투에서 본보기가 되자고 말하였고 글라우코스도 사르페돈의 뜻을 받아들여서 두 사람은 뤼키아인들을 이끌고 곧장 앞으로 나아갑니다.

 

사르페돈과 글라우코스 (뤼키아의 트로이동맹군)

 

일리아스에서 사르페돈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들은 각종 혜택을 많이 받는 만큼, 윤리적 의무도 다해야 한다는 뜻의 프랑스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로이 동맹군인 사르페돈과 글라우코스를 본 트로이 전사 메네스테우스는 두려움을 느꼈고 자신을 도와 줄 전사를 찾다가 두 아이아스와 테우크로스를 발견합니다. 그는 전령 토오테스를 시켜 두 아이아스와 테우크로스를 불러오게 합니다.

전령 토오테스의 말을 전해들은 텔라몬의 아이아스는 오일레우스의 아들 아이아스와 용장 뤼코메데스에게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아 싸우고 있으면 트로이 동맹군들을 물리치고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나서 그의 아우인 명궁 테우크로스와 함께 메네스테우스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텔라몬의 아이아스는 트로이 전사 에피클레스를 돌덩이로 쳐서 죽였고, 테우크로스는 화살로 글라우코스의 어깨를 맞힙니다. 글라우코스는 자신이 화살을 맞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재빨리 방벽에서 물러납니다.

사르페돈은 그리스 전사 알카마온을 창으로 죽이고 나서 두 손으로 그리스군의 흉벽을 잡아당기자 이미 허물어지고 있던 흉벽이 모두 무너집니다.

그러자 아이아스와 테우크로스가 동시에 사르페돈에게 달려들었으나 제우스가 자기 아들인 사르페돈을 보호해줍니다.

아이아스는 사르페돈의 방패를 찔렀으나 뚫지는 못했고 사르페돈은 약간 물러나며 뤼키아인들을 향해 소리칩니다.

"뤼키아인들여! 어째서 그대들은 열화 같은 투지를 이토록 늦추는가? 내 아무리 강력하기로 혼자서 방벽을 돌파하여 함선들로 가는 길을 열기는 어렵소. 자, 나를 따르시오! 여러 사람이 함께 할수록 더 나은 법이니까."

이렇게 하여 방벽을 둘러싸고 돌파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두 진영간의 격전이 일어났고 두 진영의 전사들은 많은 희생을 당합니다.

마침내 제우스가 헥토르에게 영광을 내리니 그가 제일 먼저 방벽 안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그는 트로이 전사들에게 방벽을 돌파해서 그리스 진영의 함선에 불을 던지라고 외칩니다. 헥토르는 거대한 돌덩이를 들고 문짝을 부수었고 트로이 전사들은 일부는 문으로 들어갔고 일부는 방벽을 뛰어넘어 그리스 진영으로 쏟아져 들어갑니다.

그리스 전사들은 속수무책으로 함선들 쪽으로 달아나며 12권이 끝납니다.

12권에서는 트로이 동맹군으로 출전한 사르페돈을 통해 지도자로서 본보기를 보여주면서도 도움이 필요할 때는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성숙한 지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2권 요약>

방벽을 사이에 두고 두 진영간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고 두 진영 모두 많은 전사들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결국 사르페돈이 방벽을 허물고 헥토르가 문짝을 부수면서 트로이 전사들이 물밀듯이 그리스 진영으로 쏟아져 들어갔고 그리스 전사들은 함선들 쪽으로 달아납니다.